17일 이데일리가 여성가족부에 ‘빈곤 포르노’가 반여성적인지를 묻는 질문에선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은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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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포르노’라는 용어 사용을 여성에 대한 모욕적 발언으로 규정하면서 여가부로도 불똥이 튄 모습이다. 지난 1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을 향해 “현지 주민과 아픔을 공유하는 게 빈곤 포르노냐”고 물었고 이 차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가 ‘빈곤 포르노’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권익에 대한 침해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놓기를 거부한 것은 정부가 정치적 해석을 내놓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이 표현의 여성권익 침해 여부 판단에 앞서 이 사건이 여야의 거센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계에서도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와 여성 권익 침해와의 상관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는 학계와 개발전문가들 사이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고통과 배고픔을 가진 대륙이라는 식민지적 고정관념을 재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 대두한 용어다. 1981년 덴마크 구호 활동가 요르겐 리스너(Jorgen Lissner)는 기금 모금 운동에서 굶주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비난하는 기고에서 “영양실조로 배가 퉁퉁 부어 오른 아프리카 어린이를 광고에 내보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포르노와 다를 바 없으며, 그런 짓은 섹슈얼리티만큼이나 민감하고 은밀한 인간의 어떤 부분, 고통에 관한 속살을 노출 시킨다”며 이런 이미지화를 ‘포르노그라피’라고 칭했다. 이후 비영리단체가 모금을 위해 어린이들의 고통과 배고픔을 이미지화해 도움을 받고 있지만, 문제 해결보다 편견과 차별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빈곤 포르노 현상에 대한 논쟁은 확산했다.
우리나라도 2014년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등과 같은 아동을 중심에 둔 국제 구호개발 비영리단체(NGO)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주축이 돼 만든 가이드라인으로,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가 개발도상국의 아동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할 때 언론인 및 보도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아동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을 담고 있다.
아동은 보호받는 대상이자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에 절대적인 약자나 무력한 존재가 아닌 권리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격체로 그려야 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동을 동정 및 시혜의 대상 또는 약자,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