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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규제완화' 약속, 희망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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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I 2018.02.14 11:45:3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13일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주최로 열렸던 인터넷 기업들과의 간담회는 흥미로웠다. 이 자리는 인터넷 기업인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바를 허심탄회하게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는 스타트업과 네이버, 카카오 대표 등이 참석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스타트업과 중견 이상 인터넷 기업 간 반응이 달랐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유영민 장관에 열심히 본인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수요를 늘려줬으면 좋겠다’, ‘영업용 차량 번호판 얻기가 어려워 사업에 힘들다’ 등 구체적이었다.

반면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와 지난해 순익을 낸 우아한형제들 등 중견 이상 인터넷 기업들은 하소연을 했다. 여론이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에 지나치게 부정적이다는 의견 등이었다. 정부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 다만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은 말아달라는 촉구 정도였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가운데)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 임지훈 카카오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D2스타트업 팩토리’와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한성숙 네이버 대표나 임지훈 대표는 취임 이후 수차례 정부 간담회에 불려 다녔다. 지난 정부 때 진행했던 ‘ICT해우소’나 규제완화 간담회 등에서 이들 기업 대관 담당 임원들은 자신들의 애로 사항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상황은 더 좋아졌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론은 더 악화됐고 사업 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은 달리보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중견 이상 인터넷 기업들이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불만이나 요구 사항이 아닌 하소연을 했다는 뜻은, 다시 말하면 정부에 큰 기대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물론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앉아 있다 보니 눈치가 보였을 수도 있다.

사실 규제완화라는 달콤한 단어는 역대 정부가 써 왔던 말이다. 지금 정부도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대통령 입장에서 하기 좋고 멋있는 말이다. 반면 집단소송제 도입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언급조차 어렵다.

사적인 자리에서 장병규 제4차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기업인 출신이자 민간인 신분인 장 위원장은 규제 완화와 징벌을 양날개에 비유했다.

지난 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그는 기업은 사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사업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가 현재도 기업인이고 1조원 대 자수성가 자산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랍도록 진솔한 의견이다.

기업에서 일했고 국회의원까지 역임했던 유 장관은 달랐을까. 그는 규제를 굉장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후에 징벌도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고 갈음했다. 기업에서 몸담았고 국회의원까지 했던 장관의 견해를 기대했지만 무리였다.

진실성은 누군가가 불이익을 감수할 때 드러난다. 장 위원장의 개인적 견해가 돋보였던 것은 기업인으로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전제됐기 때문이다. 유 장관의 규제 완화론이 전시성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이것부터 하면 된다. 그들 부처와 공무원들이 불이익마저 감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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