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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술 안먹어봤나"..판사 '성추행 가해자' 옹호발언 논란

조유송 기자I 2017.11.27 13:26:43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한 판사가 재판 도중 “술 마시면 블랙아웃 되는 게 이해가 간다”며 성추행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마치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숙명여자대학교 내에서 지난 4월21일 발생한 성추행 사건.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이날 오후 9시께 숙대 캠퍼스에 침입해 초면인 여대생 B양을 강제로 끌어안고, 반항하자 발로 차 무단침입 및 강제추행, 상해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10월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 당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범행 당시 A군의 음주상태’ 여부였다. 피고 A군 측은 당시 A군이 만취해 블랙아웃(필름이 끊긴 상태)이었다고 주장한 반면, B양 측은 블랙아웃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오가는 상황.

이 과정에서 원고 측 변호사는 “CCTV를 봤을 때 범행 당시 B군은 술 취해 비틀비틀하지 않았다”며 “술 취해 필름이 끊겼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당 판사인 C판사는 “변호사는 술 많이 안 먹어봤나? 블랙아웃 해본 적 없나? 나는 술 먹어봐서 이해가 가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고 측이 범행을 부인하며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사가 이를 편든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산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C판사는 피고 측에게 유리한 증거서류가 무엇인지 입증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시 공판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학생들에 따르면, C판사는 가해자에게 “술집 CCTV영상을 제출하거나 당시 카드 영수증을 제출하면 저쪽(원고)이 아무런 말 못할 것 아니냐. 제일 좋은 건 신용카드”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면서 “결제 내역에 상세 항목이 없다면 술집 메뉴판과 대조해서 술 몇 병, 안주 뭐 뭐 이렇게 금액과 맞춰서 제출하라”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숙대 재학생 이모(23)씨는 “중립적이어야 할 판사가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와 관련, 서부지법 관계자는 “실제 해당 판사가 재판 중에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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