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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못 얻은 한유총 휴업…강경·온건파 갈등 끝 내부 분열

이재 기자I 2017.09.17 17:25:30

한유총 회장단 vs 투쟁위 휴업 강행·철회 놓고 갈등
최정혜 이사장 각 지회 설득...강경파와 다른 행보
휴업 미 참여 사립유치원 늘면서 강경파 입지 축소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휴업 강행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됐다. 휴업 철회를 발표하는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의 모습(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 기자] 18일로 예고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 휴업이 갈등 끝에 강·온건파로 분열되며 무산됐다. 전국 대부분의 유치원이 18일 ‘정상 운영’에 동참하면서 휴업 강행을 주도했던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유총 내부가 강·온파로 갈라진 계기는 지난 15일 오후 휴업 철회 발표가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교육부와 면담을 갖고 휴업 철회 발표를 주도한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이 교육부와 면담 후 얻어낸 합의문이 강경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내부 분열이 시작됐다.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최 이사장 등이 협상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합의된 문건이나 내용의 구체성이 없었다”며 “뒤늦게 이메일로 교육부로부터 회신 받은 합의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그 때부터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결국 한유총은 교육부와 휴업철회를 합의한 지 10시간 만인 16일 새벽 ‘휴업 강행’을 전격 발표했다. 최 이사장 등 회장단과 투쟁위원회 등 약 35명은 16일 새벽까지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위치한 한유총 사무실에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투쟁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강경파는 휴업 강행을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에는 강경파의 주장이 관철돼 사립유치원 휴업 철회입장이 뒤집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휴업에 가담한 사립유치원 폐쇄 등을 포함한 강경 대처 방침을 밝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금 환수 및 정원감축,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 행·재정조치를 각 교육청과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납부한 원비에 대한 환불 조치도 이행토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휴업 철회가 취소된 책임을 한유총에 돌리고 개별 사립유치원의 휴업 이탈을 압박한 조치다.

한유총 내부 갈등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최 이사장 등 교육부와 합의했던 회장단은 16일 오후 4시 한유총 투쟁위원회 주도로 열린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70세가 넘은 고령이라 교육부에게 기만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둘러댔다. 이 자리에서 추 위원장은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우롱했다”며 “무기한 휴업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 있었다는 최 이사장은 이날 저녁 8시까지 한유총의 시도지부 지회장들을 설득해 휴업 철회 발표를 이끌어냈다. 한유총 내부가 투쟁위원회와 최 이사장 등 회장단으로 갈려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최 이사장은 휴업 철회 발표 당시 “휴업과 철회, 번복 등으로 불편과 심적 고통을 가중시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이를 해소할 방안은 휴업을 하지 않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많은 지회가 공감했다”고 전했다. 휴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곳은 발표 당시 12개 지회에서 17일 16개 지회로 늘었다.

사립유치원들이 휴업계획을 철회하면서 휴업 강행을 주도했던 한유총 내 강경파의 입지는 약화될 전망이다. 추 위원장은 이날 투쟁위원장직 사퇴와 한유총 탈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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