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업무부담 줄인다" 경찰청, 인력 재배치 등 개선방안 추진

손의연 기자I 2024.09.20 12:00:00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서 인력 재배치
시도청, 경찰서별 업무 편차 커…균형 맞추기 핵심
통합수사팀 부담 커져…병합수사·이관 범위 확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올해 경찰관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경찰청이 조직 운영 효율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별로 인력을 균형 있게 재배치해 일부에 쏠리는 업무 부담을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추진해온 ‘현장근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개선책을 내놨다.

경찰청(사진=이데일리DB)
20일 경찰청의 실태진단 결과에 따르면 업무량 증가를 호소하고 있는 통합수사팀의 경우 전국 상위 20%인 52개 경찰서는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1인당 평균 접수 건수가 112.2건이지만, 하위 30%인 77개 관서는 59.4건으로 관서 간에도 업무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량 편차는 지역관서 간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관서는 같은 시도경찰청 내에서도 112신고 등 업무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서울경찰청에서 1인당 신고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관서는 172건이지만, 가장 적은 관서는 49건으로 3배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농어촌 지역을 담당하는 3급지 경찰서 경우 전체적인 업무부담은 적은 편이나, 이에 맞춰 적은 인원이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업무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청은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별로 인력이 균형 있게 배치될 수 있도록 각종 치안지표와 업무량 등을 분석해 인력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 시 재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관서 경우 112신고 건수 외에도 관서별 다양한 치안 수요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별도의 ‘인력배분모형’을 활용해 적정인력을 산출해 재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현장 업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개선책도 시행한다.

경찰서 통합수사팀 경우 지난해 11월 고소·고발 반려가 폐지돼 전건을 접수하기 시작하면서 업무부담이 확연히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전국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은 61만8900건으로 전년 동기(44만9285건) 대비 37.6% 증가했다.

현장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사건 배당 전 접수 단계에서부터 유사한 사건을 병합해 수사토록 하는 등 수사업무를 효율화하고, 광역 단위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나 난이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시도경찰청 전문부서로 이관하는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임수사관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사례와 실습 위주로 교육을 개편하고, 전입 시 2주의 수습 기간을 부여한다. 역량과 사건의 난이도를 고려해 사건을 배당함으로써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통합수사팀에 대해선 특별승진, 승급, 대우공무원 기간 단축 등 다양한 성과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통합수사팀 근무경력을 다른 수사부서 전입(우대) 요건화하는 등 인사상 특전을 마련한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경찰 직무특성을 반영한 각종 수당 신설도 지속 검토할 예정이다.

수사팀장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 보수교육을 하면서 지휘역량평가도 개선한다.

여성청소년 부서는 민감한 사건을 관리하는 특성에 피해자 보호 업무가 더해지며 현장 경찰관들의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청소년 부서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담당자 간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해 처리할 수 있도록 산재돼 있는 6개의 온라인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민원 관련 부서에선 악성 민원이 증가해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부서를 옮기는 사례도 다수였다. 경찰청은 민원부서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해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간소화하고,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해 ‘악성민원 대응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3급지 경찰서의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선 본청과 시도청 주관으로 순회교육을 시행하고, 업무자료를 상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춘다. 대응이 어려운 대규모 상황이 있는 경우에는 시도경찰청 단위에서 실무인력을 파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과중한 업무로 직원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부담은 줄이고, 사건 병합수사 등과 같이 업무처리 방법을 효율화해야 하며 면밀한 진단을 거쳐 인력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대책을 추진해 현장경찰관들이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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