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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들은 이 사건 장소의 안전 관리 등을 책임지는 경찰관 및 구청 등 다른 기관 종사자들과 공동해 피해자 158명을 각각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312명으로 하여금 각각 상해를 입게 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및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기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집중될 것을 알고도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1년 넘게 기소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후 대검찰청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청장에 대해 15명 중 9명 기소 의견으로 공소제기를 권고했고, 기소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 측은 피고인이 도의·정치·행정적 책임감을 가지는 것과는 별도로 형사적 혐의는 다르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 공법 사실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재판부도 잘 아시는 바처럼 우리나라는 결과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을 묻는 전근대적 형사법이 아니다”면서 “인간의 인성과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성립된 책임 주의에 입각해 본인의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을 주는 근대 형사법 체계 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로 커다란 인명 손실이 있었고, 피고인이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검찰의 공소제기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전 관리관 측과 정 전 팀장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류 전 관리관을 대신해 참석한 변호인은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류 전 총경의 자리 이석으로 참사가 커졌다고 전제했지만, 상황관리관의 업무장소는 청사 내 전체로 평가된다”며 “또 서울청 112 망에 대해서는 지휘관이 청취해야 할 의무가 없고 해당 망은 5개 권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류 전 총경이 5개의 무전을 동시에 청취했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정 전 팀장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정 팀장이 상황을 늦게 보고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언제 보고하는 것이 정상적인 보고인지 적혀 있지 않고 막연한 보고 지연이라고만 돼 있다”고 밝혔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11시 8분께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이 ‘무죄를 주장 하는가’라고 묻자 “성실하게 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란 질문에 “그 부분은 변호사가 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마포구의 서울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청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사로 숨진 고(故) 임종원 군의 부친인 임익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이 땅에 사법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면서 “159명의 생명이 침해된 이번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은 지난번 박상민 전 서울경찰청 외사부장의 재판에서 보여준 엄정한 구형과 판결을 보여달라”고 했다.
다음 공판은 4월 22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