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자(無籍者)가 그러하다. 6·25 이후에는 많았다고 한다. 태어나고 언제 죽을 지 몰라서. 그러다 잊혀진 사람. 호적(戶籍)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 무적자(無籍者)라는 말이 있다. 호적은 이제 사라진 용어다.
용어는 사라졌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의 빛도 못보고, 냉장고에서 얼어붙었던 아이들 이야기다.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신생아 사체 2구가 발견됐다. 살해범은 친모였다. 냉장고에서 꽁꽁 얼어붙어있던 아이들은 이름이 없다. 이들도 무적자(無籍者)다.
동란 이후도 아닌데 왜 아직도 무적자가 있을까. 제도의 헛점이다. 사각지대라는 미명으로 포장될 일이 아니다. 출생 신고는 안됐지만, 출산 기록은 분명 있었다. 주민등록과는 관계없는 감사원이 알아챘다.
이미 3남매를 두고 있던 엄마는 2018년 넷째를 병원에서 낳고 집에 데려와 목졸라 죽였다. 이듬해 다섯째를 낳고선 병원 근처에서 또 목졸라 죽였다. 경제적 이유라고 한다.
감사원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이들을 냉장고에서 찾아냈다. 만약에 출산과 동시에 나라에서 아이들을 기록에 남겼다면. 어쩌면 달라졌을까.
이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6~2020년 5년간 출생신고 미이행 과태료 미납 건수는 3만9962건에 달한다.
이번에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2000여 명이다. 예방접종 기록이 근거다. 2000여 명은 일각이다. 호적이라는 용어는 사라졌지만, 무적자(無籍者)는 여전하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파악한 2006~2021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280조 원이 쓰였다. 그런데도 2000명의 아이들은 생사를 모른다. 상황이 이런데 저출산 정책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병원과 동사무소 사이 거리. 그 사이에 냉장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