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7시간동안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 넷플릭스 인터커넥션 디렉터.
그는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망대가를 받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합의(De facto agreement)’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모든 한국의 기업(ISP)과 ‘무정산약정서(SIF)’를 썼거나, 사실상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SKB와 무정산 합의를 했느냐는 법정에서 다투고 있지만, 넷플과 마케팅 제휴를 한 딜라이브, LG헬로비전, LG유플러스, KT와는 ‘사실상’이든, ‘쓴 것’이든 무정산 합의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SKB와 했다는 ‘사실상 합의’는 진실일까 △‘무정산약정서(SIF)’를 썼다는 다른 케이블TV사·통신사(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와 SKB가 상황이 다른 이유는 뭘까 △해당 기업은 어디일까 등이 관심이다.
이메일 증거 놓고 “합의했다” VS “아니다” 공방
이날 공판에서는 2015년 9월 당시 허모 SK텔레콤 직원과 마이클 스미스 넷플릭스 직원 간 오간 이메일, 2018년 4월 황모 SK브로드밴드 직원이 아키토 구로가와 넷플릭스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2015년 9월과 2018년 4월이 중요한 이유는 2015년 하반기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2016년 1월)을 앞두고 네트워크 연결에 대해 협의가 필요했을 때이고, 2018년 4월은 연결지점을 시애틀IX(SIX)에서 도쿄IX(BBIX) 등으로 바꾸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우선 허 모씨와 오간 이메일에서 스미스는 무정산약정서(SIF)를 포함한 3가지 양식의 계약서를 첨부한 사실이 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측 대리인은 “당시 넷플릭스는 착신 통신사(ISP)와 피어링(peering·직접접속)할 때 대가를 지불 안 한다는 방침이 있었고, 그 방침이 2015년 9월 이메일로 피고에게도 전달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스미스는“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즉, 2016년 1월 이전에 SIX에서 처음 연동할 때부터 SK브로드밴드 측은 무정산 요구를 알고 있었고 이를 사실상 수용(De facto agreement)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은 허 모씨는 SK브로드밴드 직원이 아니고 계약서에 대한 서명이 없었으니 합의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은 “허 모씨는 SK텔레콤 미디어전략담당이다. 그래서 그는 이메일에서 SKB 기술부서와 대화 중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결국 넷플이 준 서류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약정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스미스는 허씨 소속은 “몰랐고”, SKB의 의사 여부 역시 “모른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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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통신사와 SK브로드밴드 상황이 달랐던 이유…공동 마케팅 여부
스미스는 이날 SK브로드밴드와 ‘사실상 무정산 합의’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 De facto agreement’의 의미를 묻는 질의에 “서명이 된 어떤 정식의 약정은 없었지만 우리는 커넥션을 했고 그 상태 자체가 약정서는 아니나 일종의 약정이라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피어링(peering·직접접속)하는 케이블TV사·통신사(ISP)는 7,000곳 정도 된다”면서 “이중 서명을 한 경우는 아주 소수다. 서명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재판부가 “왜 SK브로드밴드에 무정산약정서(SIF) 계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나”라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언제, SIF 계약에 서명할 것을 통신사들에게 요구하는 걸까.
스미스는 “SIF를 요구하는 유일한 때는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어그리먼트’(business development agreement)’를 이행할 때였는데, 당시 (SK브로드밴드와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업상 발전된 관계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재판부의 질문에 그는 “이는 넷플릭스와 케이블TV사·통신사(ISP) 사이에 존재하는 고유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마케팅과 관련돼 있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상업적인 조건들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ISP가 넷플릭스와 제휴해서 자사 가입자를 늘리거나 하는 마케팅 제휴를 했을 때, 무정산약정서(SIF)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2016년 1월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이후 같은해 5월,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는 딜라이브플러스 OTT박스에 넷플릭스를 탑재했고, 2017년 11월 CJ헬로(현 LG헬로비전) OTT 뷰잉에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2018년 5월과 11월, LG유플러스가 통신사중 최초로 넷플릭스와 마케팅 제휴를 하고 이를 통해 자사 가입자를 늘리려 했고, 2020년에는 KT가 제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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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산약정서 쓴 곳은 딜라이브? …스미스 “말하기 어렵다”
스미스는 넷플릭스와 무정산약정서(SIF)를 쓴 회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사실상(De facto)이든 서면으로 된(written)이든 두 가지 모두 한국 통신사·케이블TV사(ISP)와 했다”고 증언했을 뿐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넷플릭스의 망무임승차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은 주로 수익배분 계약을 해서 무정산약정서를 써줬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특히 KT의 경우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2020년 5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KT 임원은 △망이용대가도 받고 △콘텐츠 제휴도 추진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는 “KT에서 글로벌CP 규제법안(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돼 규제환경이 좋아졌으니 챙길 것은 챙기고 제휴할 것은 제휴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면서 “망이용대가는 받고 콘텐츠는 제휴하는 가능성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무정산약정서를 써준 기업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SK브로드밴드와도 ‘사실상 무정산 합의를 했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그런데, “마케팅 제휴가 이뤄진 ISP와는 서면으로 된 무정산약정서를 썼다”는 스미스 증언에 대해, 넷플릭스 측과 SK브로드밴드 측 해석은 달랐다.
넷플릭스측 대리인은 “사업상 발전된 관계에 있는 ISP와 사실상이든 서면이든 무정산약정서(SIF)를 한 것은 안정적인 사업관계를 위해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피어링(peering·직접접속)의 안정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은 “피어링에 대가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거래를 했으니 혜택이 주어져 별도의 망이용대가를 받을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넷플릭스 측은 피어링은 유상을 전제로 한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양측의 협상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고, SK브로드밴드 측은 사업상 발전된 관계에서만 무정산 합의가 된 것은 망이용 대가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