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자, 미국은 물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논란이 뜨겁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이나 유형, 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차단·제한·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2003년 팀우 컬럼비아대 미디어법 교수가 개념을 만든 뒤 인터넷 혁신성장의 기본 철학이 돼 왔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가총액 톱5를 휩쓴 것도 망중립성 덕분이다.
하지만 FCC는 14일(현지시각)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하는 안건, 미국의 유·무선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기간통신사업자(타이틀2)에서 부가통신사업자(정보서비스사업자, 타이틀1)로 변경하는 안건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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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버라이즌이나 AT&T, T모바일 같은 미국 통신사들은 차별 및 차단 금지 같은 망중립성 의무에서 벗어났다.
미국 통신사들은 맘만 먹으면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덩치가 작은 신규 업체의 진입을 아예 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사)오픈넷 등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찾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 통신사들이 미국의 공정거래법이나 각종 소비자보호법 규제에서까지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대근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미국 통신사에 대한 규제권은 FCC(연방통신위원회)에서 FTC(연방거래위원회)로 바뀐다”면서 “각 통신사는 자사 약관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트래픽이 차단되고 지연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FCC는 지금 같은 경쟁상황에서 일반적인 콘텐츠에 대한 서비스 차단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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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신망 구축 비용에 대한 논란이나 제로레이팅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트래픽을 많이 유발시키는 미국의 가상현실(VR) 기업은 예전과 달리 미국 통신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망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VR 기기 제작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가상공간용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스페이스’에 이어 내년 1월 페이스북 전용 VR 헤드셋 ‘오큘러스고’를 출시한다.
자동차와 도로 위에 센서를 부착해 5G 통신망 위에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가 2020년 상용화되는 걸 계기로, 제로레이팅(Zero Rating)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제로레이팅은 통신사가 콘텐츠(서비스) 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자율차에 제공되는 통신망은 긴급 트래픽 우선 처리가 필요한데, 통신사가 특정 자동차 회사로부터 통신망 이용대가를 받고 우선 처리해주면서 소비자는 별도 부담 없이 이용하느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망중립성 원칙은 한국의 인터넷기업들이 혁신 성장을 하는데 기반이 돼 왔다”며 “유지되고 강화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이끌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을 활성화하려면 제로레이팅,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며 “제로레이팅은 망을 통해 수익을 얻는 단말,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의 통신비 부담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