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도매상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다 내년 있을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까지 계산에 넣어야 하는 까닭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최근 도매상을 중심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롯데주류는 올해 안에 가격을 올릴지, 내년 초에 올릴지는 물론 가격을 올릴지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주류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인 도매상의 눈치도 중요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여론 역시 무섭기 때문이다.
연초 담뱃값에 이어 소주 가격까지 오르면서 ‘서민 물품’의 값이 오른다는 것에 여론은 성이 나 있다. 지금은 가장 먼저 소줏값을 올린 하이트진로에 성난 여론이 향해 있지만, 업계 2위 롯데주류까지 가격 인상에 나서면 성난 여론은 롯데주류로 향할 수 있다.
게다가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병당 54원 인상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가격 인상 계획이 없고,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또한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도 롯데주류에는 ‘복병’이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올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취급수수료는 주류업체가 도매상에 줘야 하는 금액으로, 병당 16원에서 33원으로 오른다.
즉 병당 17원을 주류업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17원 중 몇 %를 소주 가격 인상분에 반영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에서는 롯데주류가 이전 모습과 달리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에도 소주 가격을 동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은 참이슬이 48~49%가량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처음처럼이 약 17~18%, 무학의 ‘좋은데이’가 11~12%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편의점 등에서 참이슬의 가격이 높게는 400원까지 오른 상황으로, 처음처럼이 가격 동결로 점유율을 늘릴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릴 소주가격이라면 더 이상 소비자를 우롱하지 말고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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