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여당 한 고위인사의 "서울공항 이전검토"라는 말한마디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인사는 파문이 확산되자 곧바로 "국방부와 사전협의가 없었고 논의단계다", "신도시 개발 가능성은 없다"는 말로 무마에 나섰지만 서울공항 주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부 이진철 기자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익은 발언들로 인해 대통령이 강조한 ´투기와의 전쟁´은 머쓱해진다고 지적합니다.
옛말에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는 ´말한마디로 집값이 춤을 춘다´로 빗대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당의 고위인사인 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특위 위원장이 수도권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개발후보지의 뇌관을 건드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공항의 군사적 효용가치 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국방부 등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지리적 요건으로 보면 서울공항은 수도권 경쟁력 제고에 쓰일 수 있는 입지"라며 서울공항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판교가 ´로또´에 비유할 만큼 최근 수도권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지역이지만 김 위원장이 거론한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은 서울 강남과 바로 붙어있다는 입지여건으로 인해 신도시로 개발된다면 판교보다 한수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 신도시건설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한 곳이 서울공항입니다. 그러나 막상 개발얘기가 나오면 부지소유자인 국방부는 "이전계획이 없다"는 말로 주변 부동산관계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곤 했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 입장에선 자신이 서울공항 주변의 땅값을 들썩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정작 서울공항 이전의 결정권자인 국방부하고는 협의도 안됐고 단지 수도권 경쟁력강화를 위한 방안중의 하나로 검토중이며, 더욱이 신도시 개발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언론에서 너무 앞서 서울공항 개발가능성을 보도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발언후 성남시가 화답이라도 하듯 신도시개발안이 공개됐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성남시는 이미 지난해 8월 장기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하면서 서울공항 부지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성남시의 이 계획에는 서울공항 부지에 저밀도 주거위주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등 구체적인 개발계획까지 포함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성남시는 이같은 도시기본계획안을 작년 12월 건교부 중앙도시게획위원회에 제출했고, 건교부는 현재 국방부와 농림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같은 성남시의 계획을 모르고 있었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시장반응을 알아보려고 한 것인지는 발언진위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지금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맡고 있습니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이 이후 "국방부와 협의를 해야한다, 신도시개발 가능성은 없다"며 한발짝 물러났지만 오히려 "그렇다면 협의만 끝나면 언제라도 개발은 되겠지"라는 믿음만 심어줘 사실상 주변 부동산값 상승 포인트를 찍어준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시장은 수요와 공급논리보다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초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초고층 재건축 추진´을 내용으로 하는 구상안이 알려지면서 이 일대 아파트값이 5000만~1억원 가량 오른 것은 그 이면에 건교부의 제2종 주거지역의 층고(層高) 제한규제 완화,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 조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가 2.17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압구정 일대 집값폭등을 잠재웠지만 일련의 과정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경기 남부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판교도 당초에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결국 판교개발 때문에 정부가 또다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이번 서울공항 이전발언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충청권 행정도시 건설에 따른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핑계로 더이상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정부 고위인사의 설익은 발언들이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때 잘나가던 부총리도 결국은 부동산 때문에 중도 사임한 마당에 정치권의 고위인사가 설익은 발언으로 가만히 있는 지역을 건드려 술렁이게 하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