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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FX칼럼)조정의 끝을 본 듯한 느낌

이진우 기자I 2002.01.17 16:38:20
[edaily] 주 후반에 접어든 목요일 오후가 되니 시계(視界) 제로의 희미하던 장세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을 미리 정리 해 두지 않으면 또 흔들릴 것 같아 급히 정리해 봅니다. ◇주목하여야 할 레벨들 "FX칼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쓰는 글에 항상 주식 얘기가 먼저 언급되는 것 같아 좀 이상하지만 환율을 논함에 있어서 증시동향을 빠뜨릴 수는 없다. 언젠가 허리가 좋지 않아 한의원을 찾았더니 아프다는 부위인 허리가 아니라 발목 부위에 침을 놓는 것을 보고 뭔가 강한 느낌이 다가온 적이 있었다. 각설하고... 일단 750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KOSPI)는 목요일 오후 들어 "700 포인트 지지"를 확인하고 상승 반전세로 돌아섰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현상이다. 첫째,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 지수 공히 전날 2% 이상의 급락세를 보이며 2000 포인트와 1만 포인트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루어 낸 상승반전임이 중요하다. 새해 들면서 뉴욕 증시와의 연계성이 다소 약화되는 기미를 보이던 국내증시가 서서히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되어지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증시가 뉴욕 증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황당한(?) 가능성도 생각해 보게 된다. 둘째, 종합지수 700은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는 레벨로서 장 중 700포인트의 지지여부가 시장의 관심사항이었는데, 외국인들의 연속 8일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지수 700 근처면 주식을 사겠다는 세력과 자금이 풍부함이 입증되었다. 월가에서만 조금 도와주면 국내 주가지수는 다시 상승랠리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기술적으로 지난 1월 7일 연중 고점인 757.81 포인트를 찍고 주가가 흘러 내리면서 기록한 일봉(日棒)들은 아직까지는 지속형 패턴으로 분류되는 깃발형 패턴(Flag pattern)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에다 목요일 상승 반전을 보이는 양봉(陽棒)이 그런대로 의미있는 거래량을 수반하면서 만들어졌기에 며칠 내로 깃발형 패턴의 윗쪽 선을 돌파하는 강한 장세가 수반된다면 다시 750 이상의 지수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환율 이전에 잠시 살펴 볼 채권시장에서는 또 다음과 같이 장세가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채권 값이 오르기는(금리가 내려가기에는) 무척 힘이 들어 보이다가도 채권 값이 떨어지는 것은(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징세가 이어진다. 국채선물의 차트를 통해 확인해보면 국채가격이 오르는 과정은 오르기 위해 오른다기 보다는 빠지기 위해 오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둘째, FRB는 향후 한 차례 정도 더 금리인하를 단행 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미 1.75%까지 내려 선 연방기금(Federal Fund)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봐야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하는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으면?..." 그 답은 자명해진다. 셋째, 기본적으로 채권이 각광을 받는 시기는 "어수선한 시기"이다. 쉽게 말해 이것 저것 손 대봐야 다 재미없다 싶을 때에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 채권시장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앞으로의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답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간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의 경우 700 포인트, 국채선물(KTB 203) 시장의 경우 104 정도가 "조정의 끝"이 아닌가 하는 것이 지금 필자의 견해이며, 이러한 레벨들이 무너지거나 돌파 될 경우에는 다시 한 번 장세를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은? 환율 또한 이상징후(?)가 목요일(1월 17일)에 감지된다. 첫째, 지난 1월 8일 이후 8 영업일에 걸쳐 8천억원이 넘는 외국인 주식순매도 금액이 누적되었음에도, 그리고 달러/엔 환율의 하락조정이 131엔에서 막히고 다시 132엔대로 올라섰음에도 17일 달러/원 환율은 2002년 들어 현재까지의 고점인 1324원을 못 올라서고 있을 뿐더러 오후 들어서는 1320원대 아래까지 허무하게(?) 밀리고 있다. 한 마디로 오늘 같은 날 환율이 팍팍 오르지 못하면 언제 오르겠는가 하는 탄식(?)이 나올 만 하다. 둘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장이 "무거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주식시장 하락, 외국인 순매도(달러수요 요인), 엔저 현상의 재개같은 환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재료와 뉴스만 부각되는 시점에도 환율이 못 오른다는 것은 투기적 세력들이 뉴스 따라 구축해 놓은 달러 롱포지션을 털어 먹을 실제 달러수요처가 없다는 점이다. 혹은 지금 시장에 알게 모르게 달러물량이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업체들의 네고물량인지 출생시기와 부모 이름을 잘 알 수 없는 FDI(외국인들의 해외직접투자자금)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은행권 딜러들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정석대로(?) 달러를 매수해 두고 1330원 혹은 그 이상의 레벨에서 차익실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음에도 실제 시장에서 환율은 무언가에 얻어 맞듯이 자꾸만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셋째, 엔/원 1000원은 엔화 매도/원화 매입 포지션(엔/원 숏포지션)을 구축할 만한 레벨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지금 엔화의 움직임을 살펴보건대 달러/엔 환율은 당장에는 130엔 이하도 그렇다고 해서 135엔 이상으로도 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랬다 저랬다 갈피잡기 힘든 일본 관료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이 대목에서 엔화가 급격히 추가절하 되어 140엔을 위협하는 장세가 되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원성을 듣게 될까 두렵다는 것이고(솔직히 그 상황까지 치달았을 때 일본 내 투자된 외국자본들의 유출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꺼림칙 할 것이고 또 자기들도 생각이 없진 않을 텐데 기본적으로 자기네 통화가치가 똥값이 된다는 사실이 그리 달가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사리 130엔대 이상까지 우겨 가면서(?) 끌고 온 환율이 이제나 저제나 제 자리를 찾아갈까 싶어 늘 하던 구두개입(환율정책에 변화 없으며 환율은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는 흘러 간 노래)은 잊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하는 실정이다. 막상 쓰고 보니 요점이 애매하다. 이렇게 얘기해 보면 어떨지? 한국이나 미국의 주식상승세가 워낙 강했다 보니 아직 그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힘들어 이 정도에서 짧은 조정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조정국면을 앞두고 한 차례 더 랠리를 펼쳐 가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달러/엔의 상승추세 또한 무시하기 힘들 만큼 강하기에 여기서 완전히 상승세가 꺾였다고 주장하기에는 두려운 바가 있으나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130~134엔 정도의 박스권 안에서 향후 방향성 설정을 위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환율은?... 지금 시장에서는 아무리 올라야 1330원 이상은 당분간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달러/엔이 확연하게 하락세로 접어 들거나 외국인들이 다시 우리 주식을 산다든지 하는 가시적인 달러공급 요인이 부각되지 않고서는 1300원 아래도 쉽지 않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1315원이라는 한 가운데 레벨에서의 의사결정은 상당히 막연한 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래 위 어느 쪽으로 먹을 룸(?)이 더 있는지를 따져 보고 포지션을 잡는 것이 그나마 승률을 높일 수가 있다. 1320원 위에서는 팔아 보고 1310원 아래에서는 사보는 거래 패턴... 이미 외환시장참여자들의 눈이 가자미 눈이 된지는 오래 됐다. 하도 눈치 봐야 할 것도 많고 살펴야 할 사안도 많은지라... 이래저래 1315원은 작년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Critical level로 작용하고 있는데, 며칠 내로 이 1315원 아래의 환율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굳이 답을 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볼 것 같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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