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위원회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해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 개선대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10월 경주시 한센인 정착촌(희망농원) 환경개선을 위한 현장조정을 계기로 올해 전국 66개 지방자치단체, 82개 한센인 정착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중앙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거쳐 만들어졌다.
한센인은 나균이나 나종균에 의해 발생한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말한다. 현재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나균에 오랫동안 접촉된 이들이 조기에 치료받지 못해 피부에 괴사했다. 한센병은 전염성이 낮고 유전되지도 않지만, 외관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차이 탓에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이는 사회적 차별뿐만 아니라 국가조직적으로도 이뤄졌다.
과거 박정희정권은 한센인 정착사업을 펼쳐 한센인들을 지리적으로 격리하되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마을과 거주자 모두 노후화되면서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석면 폐축사, 폐가 증가, 노후시설 등으로 환경이 열악하나 무관심으로 방치돼 거주민은 물론 주변 환경 피해까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착촌은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형성된 것으로 대부분 고령의 취약계층으로 과도한 개인 부담 또는 지방비만으로는 정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센인 대다수는 고령으로 생계활동이 어렵다. 자녀들 역시 정착촌에 거주하는 부모의 존재를 꺼리며 제대로 된 부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요양시설 입주는 한센인들이 원하지 않고 있고 일반 의료시설 방문치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익위는 한센인 마을의 주거 개선에 일단 초점을 맞췄다. 지자체 내 협업체계를 구성해 빈집 등 지방비 사업으로 신속하게 정비하고 새뜰마을사업 등 국비지원제도도 활용해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농축산식품부가 환경개선을 위한 국비를 우선 지원해주고, 새뜰마을사업에 대한 기준 역시 낮춘다.
한센 양로주택 입주자 급식비, 난방비를 인상하고 양로주택 신축 기준인 한센인 50명 이상, 30세대 이상 조건을 완화하도록 했다. 또 한센인은 자녀가 있더라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한센 간이양로주택 입주자에 대해서는 노인 장기요양등급 제도를 적용 확대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정착촌 거주 한센인에 대해서는 지방세를 비과세하고 이를 위해 현재 제대로 되지 않은 정착촌 명칭을 현행화하는 등 제도 정비도 권유했다. 아울러 한센인과 그 가족 피해사건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 대상자에 대해 정당한 보상과 지원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한센인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는 2013년에 멈춰있다.
법률적 지원도 강조했다. 권익위는 ‘한센인 삶의 질 향상 및 정착촌 정비 등을 위한 특례법’ 제정,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경주 희망마을 조정은 재직 중 가장 보람있던 일”이라며 “관계 부처, 전국 지자체 등 범정부적으로 이번 개선 종합대책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아가는 한편, 한센인의 권익향상과 정착촌의 환경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