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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7거래일째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12일 이틀간 외국인은 총 2조76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이날 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증권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한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그간 주춤했던 투자 시계가 움직이면서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한 주간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지난 9일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되며 가석방이 결정된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실질적으로 총수의 유의미한 투자 결정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개별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따라 인수합병(M&A) 등이 주가를 움직일 만한 동력으로 보면서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당장은 ‘눈에 보이는’ 펀더멘털에 따라 투자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복귀하는 만큼 내년 형기 만료 전까지 해외 출장 시 신고해야 하는 등 제약이 뒤따른다. 큰 투자 결정에 이사회 승인이 필요해 신속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다만 재계는 당장 재직 상태로 경영활동을 하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는 만큼 단기에는 어렵더라도 점진적으로 경영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경영활동에 따라 주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유의미한 M&A가 주요한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시화된 이후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따른 영향이 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의 반도체 업황 분석이 이번 주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D램 가격이 4분기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코로나19 규제 점진적 해제로 노트북 수요 둔화도 PC D램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2일(현지시간) 6거래일 연속 내렸고 간밤 마이크론은 6%대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D램 업황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7000원으로 8.3% 낮춰 잡았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8만원으로 절반(48.7%) 가까이 낮추기도 했다. CLSA도 양사의 목표주가를 20% 이상 하향조정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 메모리 사이클은 대체로 2~3년 주기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지난해 비대면 수혜를 받으면서 올해 정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라며 “다만 바이러스에 따른 락다운과 리오프닝 영향으로 진폭이 더 커진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메모리 업황 바닥도 과거 바닥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각 SK하이닉스(000660)도 7거래일째 하락하며 장중 10만원을 하회, 현재 보합권인 10만원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매도 창구에는 맥쿼리, 모건스탠리, HSBC, UBS, 골드만삭스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