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노인의 사망위험 요인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저체중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외로 당뇨병은 노인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서일대 간호학과 이에리쟈 교수팀이 2008년과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참여한 노인 8,532명(생존자 7,846명, 사망자 686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영양 관련 사망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한국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영양관련 요인이 사망위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융복합연구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노인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ㆍ당뇨병ㆍ체질량지수(BMI, 비만의 척도)ㆍ연하곤란(최근 6개월 내에 음식을 삼키지 못하거나 삼키는 도중 사래가 든 경험이 있는 경우)ㆍ씹기 능력(고기ㆍ사과 등 딱딱한 음식을 씹는 정도)ㆍ영양 상태 등이었다.
이중 노인이 사망위험을 높이는 요인 1위는 저체중(BMI 18.5 미만)이었다. 저체중 노인의 3년간 사망률이 21.3%로 가장 높고, 사망위험이 정상체중ㆍ과체중 노인보다 2.7배 높았다. 연구팀은 “노인은 연령이 높을수록 저학력일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저체중 가능성이 높다”며 “저체중 노인에 대한 방문 영양관리서비스나 급식지원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의 사망위험을 높이는 요인 2위는 남성(성별)이었다. 남성 노인의 사망위험은 여성 노인의 두 배였다. 저체중ㆍ남성 다음으론 영양 불량ㆍ당뇨병ㆍ씹기 능력 저하ㆍ연하곤란 순으로 노인의 사망위험을 높였다. 영양상태가 불량한 노인은 영양상태가 양호한 노인보다 1.5배, 당뇨병이 있는 노인은 당뇨병이 없는 노인보다 1.4배, 씹기 능력이 떨어진 노인은 씹기 능력이 좋은 노인보다 1.3배, 연하곤란이 있는 노인은 연하곤란이 없는 노인보다 1.2배 사망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의 사망위험 요인 중 당뇨병은 씹는 능력ㆍ연하곤란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 노인 1,155명을 9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당뇨병은 노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당뇨병이란 질환 자체보다 운동 부족ㆍ나쁜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위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연구팀은 “노인이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식품 섭취량이 줄고 채소ㆍ과일을 덜 드셔 비타민ㆍ무기질 섭취량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일본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푸드’나 ‘스마일케어식’ 등 씹기 능력과 연하 능력에 따라 단계별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고령화시대에 맞게 고령친화 식품의 개발뿐 아니라 고령친화 식품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