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고]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김혜미 기자I 2018.09.10 10:36:00
[김동환 KIC 워싱턴센터장 직무대행] 미국 워싱턴 DC에서 유망기업을 위한 글로벌 진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러 창업가들을 만나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동시에, 꿈쩍도 않는 법과 규제에 막혀 악전고투했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자연스레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상상 그 이상이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어렵고 힘든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김동환 KIC 워싱턴센터장 직무대행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다. 대부분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최소기능제품(MVP)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이나 현지 유력기관들과 접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KIC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핵심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면서 최근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이오 분야다. KIC 워싱턴이 매년 진행해 온 바이오 아이코어 프로그램 졸업팀 중 하나인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는 생체나노물질인 엑소좀을 기반으로 다양한 적응증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에서 183억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대학과 바이오기업, NIH 등과 다양한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 오는 2020년 미국 임상 진행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KIC 프로그램 졸업팀인 ‘휴먼바이오메드’는 기존의 제품들과는 달리 펌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투석효율을 크게 향상시킨 신개념 혈액투석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특허관리 능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KIC 워싱턴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미국 국방부(DoD)로부터 100만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획득했다. 해외시장 진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른 영역에서도 성과는 두드러진다. 지난 7월 KIC가 워싱턴 DC의 유력 액셀러레이터인 할시언(Halcyon)과 함께 추진한 프로그램에서 현지 전문가들과 VC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디자이노블, 모닛, 웰트 세기업이 대표적이다.

2016년 KIC 프로그램 참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현재 여러 상품으로부터 각각의 고유한 디자인을 추출하는 디자인 AI 인공지능을 활용해 패션 시장에 진출했으며 뉴욕의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추진중이다. 의사출신인 강성지 웰트 대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허리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과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스마트 벨트를 개발했으며 KIC 액셀러레이터 기간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파트너십 가능성을 열었다.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 모닛의 박도형 대표는 미국 현지 글로벌 기업인 킴벌리 클락과 협업을 통해 시장 확대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고 최근 시리즈 A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처럼 KIC는 유망 강소기업들에게 글로벌 영역의 기술적 확보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IC가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강의식 교육을 최소화하고 확장 가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현지 유력 액셀러레이터들과 협약을 통해 교육과 멘토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투자자 대상 피칭 점검, 현지 전문가 초청 토론 등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실용적 콘텐츠가 특징이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는 데모데이를 열어 현지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글로벌 기업이나 현지 유력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핵심 네트워크 구축도 KIC가 지원하는 역할 중 하나다. KIC 실리콘밸리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 기술 분야인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페이스북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시만텍,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 어도비,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는 남가주 지역에 있는 테크니칼라,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미 서부 각 지역의 글로벌 리딩 기업들로부터 직접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바클레이즈 은행, 클라우드 분야에 아마존 웹서비스와 파트너십을 추진해 미 전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뛰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는 다양한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액셀러레이터, 단계별 투자 환경이 개선되며 글로벌 지향적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었고 정부차원에서도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유망기업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홀로 시장에 진출할 때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을 때 더 나은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