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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 내년 출시
“저희는 목표를 잘 안 정합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 오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실적 목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실적 목표를 정해 이에 맞춰 경영하기보다 고객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고객 중심의 은행 서비스 변화를 예고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100일째 계좌개설 고객 435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기록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가 15만 5000좌였던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수신액은 4조200억원, 대출액은 3조 3900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출범 100일 기준 실적(수신 8400억원, 여신 8400억원)과 비교하면 약 다섯 배에 이른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자동이체통합관리 서비스 △계좌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분기(1~3월) 출시 예정인 ‘전월세 보증금 대출’은 은행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애초 주택담보대출을 준비 중이었으나 정부의 주담대 규제 강화 기조에 맞춰 중산층과 서민 대상 전월세 대출로 방향을 바꿨다. ‘전월세 보증금대출’ 상품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기반으로 한다. 신용정보 스크래핑과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할 수 있어 100% 비대면인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카카오뱅크가 준비 중인 자동이체통합관리 서비스(payinfo)는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요금, 보험금 등을 납부하고 가상계좌로 지방세 또한 낼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빅데이터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과 지난 6월 유통·금융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의 계좌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계좌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수수료를 줄이고 결제 절차를 간편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사업 준비도 본격화해 2018년 상반기 예비인가를 추진하고 2019년 하반기 사업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고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얻어지는 결제데이터, 빅데이터에서 중요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며 “롯데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편의성도 높이고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변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은산분리 완화해야 더 성장할 수 있어”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에는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이체 △쉽고 편리한 프로세스 △저렴한 수수료 등이 꼽힌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0일까지 약 2주 동안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이용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편의성과 저렴한 수수료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 ‘먹통’ 사태에 대한 지적은 이어져 왔다.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고객이 유입됐으나 고객 상담 인력과 시스템은 이에 미치지 못해 고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 두 번째 고객센터로 강서 오피스를 확대해 150여 명의 고객 상담 인원을 충원한 상태다. 체크카드 발송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는 발송 업체 확대 등을 통해 7일 내 수령으로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규제는 카카오뱅크가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2주 만인 지난 8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정해 자본금은 초기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에게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발 빠른 자본금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이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은산분리가 늦어지면 은행의 혁신도 늦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