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입주예정자들이 모임을 결성, 분양조건 완화를 요구하는 민원이 많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지방의 A아파트 입주자 모임은 해당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 하자를 문제삼아 분양가를 인하해 주지 않으면 집단적으로 계약해지 소송을 벌이겠다고 건설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는 입주가 60% 이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자에 대한 분양가 할인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으로 분양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형성하자 몇몇 입주예정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무리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과 수원 일부지역의 입주예정자 모임에선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공급된 아파트를 분양받아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게 이유다.
내달 입주예정인 수도권의 A아파트 입주예정자 인터넷 카페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언론 인터뷰에 응한 중개업소의 이름을 거론하며 `거래를 하지 말자`는 게시판 글이 올라왔다. 이에 해당 중개업소는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입주예정자 인터넷 동호회는 아파트 분양이후 부실공사나 허위광고 등 건설업체들의 위법행위를 관리·감독하고, 교통·교육·편의시설 등 주변환경과 관련한 정보교류가 중심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엔 일부 동호회 회원들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활용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다른 입주예정자들을 선동하면서 건설사에 압력을 가하는 이익단체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분양이 이뤄지면 곧바로 입주예정자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진다"면서 "최근 집값 하락과 거래부진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은 커녕 잔금납부에도 어려움을 겪는 입주예정자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입주예정자 모임을 통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인터넷 입주예정자 모임이 실수요자가 아닌 분양권 전매로 차익을 노린 가수요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과거엔 부실공사 보완이나 단지내 추가 조경요구가 많았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수용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건설사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계약조건 변경에 대한 민원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시민감시국 부장은 "소비자 권리를 적극 주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은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고분양가에 따른 입주예정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