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양이랑 기자] 펀드 판매 이동 시행 첫날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문의전화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뜸했고 실제 펀드 판매사를 옮기겠다는 고객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원 판매사에서 확인서를 받아와 바꾸고자 하는 판매사에 제출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한데다 아직 일부 펀드에 대해서만 이동이 가능해 투자자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적극 고객을 끌어모으기 보다는 일단 관망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 판매사당 1~2명..문의도 거의 없어
25일 펀드 판매 이동제가 시행되면서 단독 판매사펀드나 역외펀드, 장기비과세펀드, 장기주택마련련펀드, 해외 주식펀드 등을 제외한 1100개 공모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자유롭게 펀드 판매사를 옮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첫 날이라 그런지 실제 판매사 이동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증권업계 중에 주식형 펀드 판매 규모가 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은 주요 지점 상황을 파악해본 결과 문의전화만 있을 뿐 실제 판매사를 이동하겠다는 고객은 아예 없거나 1~2명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영업점으로 문의해온 고객도 지점당 한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거의 없었고 직접 판매사를 바꾸겠다고 신청한 고객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이동고객 발생이나 특별한 반응이 없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아직까진 관망 상태라고 보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문의만 있고 전 지점에서 이동한 사람 없다"며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오소영 하나대투증권 반포지점 차장은 "최근 펀드 판매 이동제에 대해 문의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동은 없었다며 "문의내용 역시 주로 저조한 수익률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타사 서비스에 불만을 털어놓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펀드 판매비중이 높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문의마저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 홍보도 안됐고 당근도 없고‥
이는 아직까지 펀드 판매 이동제에 대해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은데다, 판매사를 바꿔서 특별히 누릴만한 이점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펀드 판매 이동제를 아는 사람들도 바꾸면 뭐가 달라지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판매사를 바꿀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은 프라이빗뱅킹(PB)에서 별도로 자산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판매사를 옮길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차장은 "일반 개인 고객들은 펀드 판매 이동제 시행에 대해 잘 모르는 측면도 있고, 펀드에 큰 돈을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 고객들의 경우 PB를 통해 수익률을 관리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직접 나서 판매사 이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상 펀드가 제한적인데다 증권사들이 적극 마케팅에 나서지 못해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진 펀드이동고객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 같은 고객이벤트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주지하다시피 수익률 회복이 본질적인 문제여서 서비스를 더 잘 받아보겠다고 옮기는 자발적 고객이 생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일단 관망..눈치보기
일각에서는 절차가 복잡한 만큼 내일이 되면 펀드 판매 이동에 나서는 이들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단 본인이 이동하겠다고 하면 현재 거래중인 회사에서 확인서 뗀 다음에 다른 판매사 가서 접수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내일 중에 이동해 오는 사람들이 접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역시 펀드 판매 이동제가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란 분석이 높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남들이 바꿔야 따라 바꾸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홍보도 하고 적극 알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판매사들은 관망하는 모습이다. 일단 초기인 만큼 펀드 가입자들이 어떤 행동양식을 보일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펀드판매 담당자는 "앞으로 펀드 판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공동판매규약까지 맺었는데 굳이 이를 어기면서까지 마케팅에 나설 필요는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판매사의 움직임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드러내놓고 캠페인을 벌이지는 않아도 직원들에게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대상으로 펀드 판매사를 바꾸라는 요청을 하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