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울시, 광화문광장 상징공간 조성 착수…100m 높이 태극기 보류

이배운 기자I 2024.08.20 13:04:45

시민 제안 522건 접수…찬성 59%, 반대 40%
''자유민주주의’ ‘인류평화'' 테마로 공간 새단장
미디어아트 등 최신기술 접목…내달 설계공모
오세훈 "모든 가능성 열고 아이디어 받겠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안을 놓고 비판받았던 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토대로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계획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국가상징공간 관련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 제안은 총 522건이 접수됐고 이 중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하는 응답이 59%(308건), 반대 응답은 40%(210건), 기타 1%(4건)로 집계됐다.

이번에 제안안을 낸 시민들은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적합한 상징물로 태극기(215건·41%)를 가장 많이 제시했고, 이 밖에 무궁화(11건), 국새 (2건), 애국가 (1건) 등을 지목했다. 또 훈민정음, 소나무,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 의견이 제시됐으며 각 지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콘텐츠로 제작해 전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상징물 디자인 관련해서는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빛조형물을 활용해 광화문광장을 예술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 국기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을 비롯해 키네틱 아트 등 예술적 조형미를 살린 상징물을 만들자는 제안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구현된 형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평하면서도 “미디어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10년~20년 만에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50년 뒤에도 상징성을 유지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낸 작품이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징물에는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높이와 형태 등 모든 가능성을 유연하게 열어놓고 상상력이 풍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국가상징공간을 자유민주주의와 인류평화를 주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1950년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달려와 준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가능했겠느냐”며 “이들의 희생을 주제로 상징물을 만든다는 게 추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부시장은 “6.25 국난 극복에 도움을 준 22개 국가와 실시간 소통함으로써 전 세계 시민과 기억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국가상징공간 조성이 현재 광화문광장 주변과 조화를 해친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에 광화문광장에 있는 국가상징물로 광장의 역사성은 충분하므로 광화문광장 현 상태 유지를 희망한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등 반대 의견도 잇따랐다.

상징공간 조성에 반대하는 입장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요즘같이 정치적인 견해가 양극화된 시대에 40%가 그렇게 높은 비율인지 의문”이라며 “처음에 계획을 높은 태극기 게양대로 설명한 과정에서 생긴 의견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계획의 취지를)충분히 설명 드리면 오해는 상당히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국가상징공간 시민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마련해 내달 설계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다. 설계 공모 후에는 올 12월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한 뒤 2025년 5월 본격적인 공사 착수, 2025년 9월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유 부시장은 “국가상징공간 조성 완료까지 시민·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광화문광장에 걸맞은 상징조형물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