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운 띄우는 푸틴…핵증강 박차 가한 시진핑(종합)

김정남 기자I 2023.10.06 14:33:30

푸틴, 30년만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 경고
시진핑의 핵증강 박차에…美 "매우 우려"
北 외에…한반도 인근서 커지는 핵 위험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최근 국제사회에서 핵 언급이 부쩍 늘면서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년 만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고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 증강 박차 역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에 대해 핵을 거론하는 나라들이 모두 한반도 인접국들이어서, 추후 한국의 자체 핵무장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3월 21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 =AFP 제공)


◇푸틴 “누구도 러에게 위협 안돼”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닉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며 “또 다른 차세대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스템도 거의 완성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NTBT·Nuclear Test Ban Treaty)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이후 30여년간 시행하지 않은 핵폭발 관련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NTBT는 핵 실험을 금지하기 위해 결의한 조약이다. 부분적 금지조약(PTBT)과 포괄적 금지조약(CTBT)으로 나뉜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면서도 “비준 취소는 국가두마(하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그 어떤 것도 러시아의 존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누구도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를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는 순간 우리는 해상이든 지상이든 미사일 수백발을 날려 적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차례 핵 사용 가능성을 암시해 왔다.

러시아뿐만 아니다. 중국의 핵 의지 역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 일라이 래트너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서 “우리는 중국의 신속하고 전례 없는 핵 무력 구축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그 의도와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 결여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회의에서 “강대한 전략억지력 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영역과 새로운 수준의 작전력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핵전략 증강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래트너 차관보는 “중국 지도부가 기존 국제질서를 바꾸기 위한 강압적인 수단으로 점점 더 군에 의지하고 있다”며 “동중국해와 대만해협, 남중국해와 그 너머에서 자신들의 수정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을 전면에 배치시키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 인근서 커지는 핵 리스크

문제는 점점 늘어나는 핵 언급이 한반도 인접국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핵 리스크가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까지 번진다면 국제적인 핵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바이든 행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웠는데, 미국 내 보수 진영 일각을 중심으로 한국의 자체 핵 능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 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맹국 방어를 줄일 테니, 스스로 방어하라는 특유의 미국 고립주의가 굵직한 기조인 것이다. 동맹국 외에 북한 등에 대한 핵 정책 역시 더 온건하게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 미트 롬니 상원의원(유타주)은 전날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가 개최한 한반도 안보 청문회에서 “북한을 이웃으로 둔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내가 그곳에 산다면 핵 균형이 결여돼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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