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주택담보대출로 1억 2000만 원을 빌린 30대 직장인 K씨는 얼마 전 기존 3.8%였던 담보대출 금리가 5.24%로 오른다는 문자를 받았다. K씨는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려고 서류를 준비했지만, 은행까지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지난 26일부로 은행 고정금리가 5.29%로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K씨는 “매달 약 68만 원 정도 상환 중이었는데 이번 금리 인상으로 78만 원을 내게 됐다”며 “1억 2천만 원을 빌린 나도 10만 원 가량 부담이 증가했는데 2억, 3억 빌린 사람들은 어떻겠나”고 말했다.
이미 7%에 이르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말 8%에 근접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과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부동산을 샀던 청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집을 마련하지 않은 청년들은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염두하고 주택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부동산 ‘패닉바잉’은 몇 개월 새 옛말이 됐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분석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들의 주택매수 비중은 지난해 1월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주택매매거래량 감소는 올해 들어 심화된 가운데, 수도권의 경우 조정기(2022년 2~7월) 중 거래량이 상승기(2019년 9월~2022년 1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크게 위축됐다.
수도권·비수도권별 청년층의 주택매수비중도 떨어졌다. 지난해 최고 35%를 육박했던 청년층의 수도권 주택매수 비중은 지난 7월 25%를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에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자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과거 ‘영끌’했던 청년들의 대출 부실 문제도 심각해졌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 최근 금리 상승으로 청년 과다차입자의 가계대출이 다른 차주(대출 받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이 연체될 것이라 추정됐다.
청년층은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주택관련대출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빠르게 상승한 상태다. 재작년 43.7%를 기록했던 청년층의 DSR은 지난 2분기 기준 48.1%로 4.4%p 상승했다. 청년세대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대출금’으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여타 연령층은 같은 기간 2.5%p 상승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고정금리가 하루하루 달라진다’고 한다”며 “지금은 소득이 낮고 과거 영끌해 주택을 샀던 청년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어 “한은이 금리를 계속 올릴 것 같으니 고정금리로 바꾸라 하지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기다려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청년 중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LTV를 80%까지 높여주는 정책을 이번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지원해주거나 주담대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