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내는 단백질로 암세포 사멸시키는 암 치료기술 개발

강민구 기자I 2020.09.14 11:10:03

기초과학지원연·한양대·울산대 공동연구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 활용
살아있는 암세포의 사멸 과정 실시간 분석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팀이 스스로 빛을 내는 단백질로 암세포를 사멸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선보였다. 항암제 같은 기존 화학 제제가 아닌 순수 단백질만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으로 암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노인성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성수 광주센터 박사 연구팀이 김영필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 이경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놨다고 14일 밝혔다.

생물발광현상을 이용한 암세포의 광역학적 치료법 모식도.<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생체물질이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 발광 현상을 응용해 외부 빛 자극 없이 치료과정을 유도하고, 암세포 사멸 후에는 치료에 사용된 단백질이 빠르게 몸속에서 분해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적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암치료 단백질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 두 개의 단백질 부위가 결합한 구조이다. ‘암세포의 세포막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빛을 내는 단백질 부위’와 ‘빛 자극으로부터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 부위’가 결합했다. 암세포에 결합한 단백질이 스스로 빛을 발생시키고, 이렇게 발생된 빛이 암세포의 활성산소 농도를 높이고 세포를 사멸시켜 제거하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기초과학지원연 광주센터 노화연구시설이 보유한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등 첨단 실시간 세포·생체분석장비와 퇴행성 질환 모델 동물을 활용해 발병 자체를 억제하거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성수 기초과학지원연 책임연구원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살아 있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이번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암 치료제 개발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기작을 이해하고 치료방법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필 한양대학교 교수는 “생체물질이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현상은 광량이 낮아 응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발상을 전환해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 개발의 주요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공학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지난 12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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