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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싸늘한 여론에 결국 무산

신하영 기자I 2017.09.17 17:25:10

누리과정 지원 확대 교육부 단독 결정 어려운데 ‘무리한 요구’
직장인 휴가 내기 어려운 월요일·연휴 전 휴업계획도 역효과
교육부 “휴업 미 참여 유치원 계속 늘어” 사실상 휴업 무산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휴업 철회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이재 기자] 사립유치원의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공식적으로 ‘휴업 철회’를 선언하면서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시점만 골라 휴업을 밀어붙였던 한유총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아이들을 볼모 삼아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유총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휴업 강행, 철회 등 입장 번복으로 학부모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한유총의 공식 입장은 18일과 25일 모두 정상적인 유치원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 싸늘하게 식은 뒤다. 7살 딸을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김수진(38)씨는 “사립유치원끼리도 입장이 달라 내부적으로 싸운 것을 정부 탓하며 끝까지 아이들을 볼모 삼으려 했던 모습이 한심하다”며 “그간 아이를 맡길 곳을 찾으려 발 동동 구르며 예민해 했던 게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한유총이 교육부와 지난 15일 집단 휴업 철회를 발표하면서 합의한 내용은 △누리과정 지원비 인상 △2차 유아교육발전계획 수립 시 한유총 참여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등 크게 세 가지다. 원아 1인당 누리과정 지원금을 현행 22만원(방과후과정 제외)에서 연차적으로 42만원까지 확대해 달라는 게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한유총 측에 전달했다.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은 교육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한유총 내부 강경파들은 “교육부가 언제까지 지원금을 인상할지 등 구체적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16일 오전 급작스럽게 ‘휴업 강행’ 입장이 나온 배경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요구도 교육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도 누리과정비와 방과후과정, 교사 처우개선비 등을 지원하는 만큼 감사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관계자는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의 감사 결과 사립유치원들은 급식비 횡령, 교재비 착복, 교육비 사적 유용 등 수입억원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적발당하고도 감사 중단을 주장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이 휴업을 강행하려 했던 시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월요일(18일)과 추석연휴 직전(25~29일)을 택해 휴업 밀어붙였던 데 대한 비판이다. 워킹맘 김지혜(39)씨는 “직장인들이 휴가 내기 곤란한 날에 휴업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악의적”이라며 “결국 아이들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은 결국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하유경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휴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유치원이 점차 늘고 있다”며 “사실상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18일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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