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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다학제 진료로 생존율 2배 '껑충'

이순용 기자I 2014.07.25 14:47:37

서울성모병원, 협진 진료 전후 5년 생존율 17%→35%로 18% 향상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50대 순으로 발병, 전체 81% 차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폐암환자의 경우 협진을 통한 진료를 생존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가 1997년부터 2011년 본원에 폐암으로 내원한 환자 4,246명의 생존율을 병기별로 조사한 결과, 폐암 협진 진료가 시작된 2005~2011년 기간의 5년 상대생존률은 35%로 협진 이전 기간인 2000~2004년의 생존률 17%보다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의 2007~2011년 기간의 우리나라 폐암환자의 5년 생존률이 20.7%인 것을 감안해도 괄목할만한 결과다. 본원 폐암센터의 2005~2011년 5년 관찰생존율을 병기별로 보면 1기 80%, 2기 55%, 3기 22%, 4기 10%로 2000~2004년의 1기 54%, 2기 32%, 3기 9%, 4기 3%에 비해 모든 병기에서 골고루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관찰생존율은 임상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산출율로 관심질병을 가진 환자가 일정기간 동안 살아있을 확률이다. 또 2005~2011년 5년 상대생존율은 1기 87%, 2기 60%, 3기 24%, 4기 11%로, 2000~2004년의 1기 61%, 2기 35%, 3기10%, 4기 4%보다 높았다.

상대생존율은 환자의 관찰생존율을 같은 연도의 동일한 성(性)과 연령을 가진 일반인구의 기대생존율로 나눈 값이다. 즉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도별, 연령별(1세간격), 성별 1년 생존율을 이용해 기대생존율(일반생존율)을 산출한 후 암환자들의 실제 생존율이 기대생존율의 몇 %인지를 계산한 것으로, 같은 환자군의 관찰생존율보다 비교적 높다.

전체 환자 4,246명 중 남자는 68.3%인 2,898명이고, 여자는 31.7%인 1,348명 이였다. 환자의 나이 중앙값은 66세로, 주요 연령대별 비율은 40대가 7.65%인 325명, 50대가 19.74%인 838명, 60대가 34.31%인 1,457명, 70대가 27.32%인 1,160명, 80대가 8.53%인 362명으로 60대 환자군이 제일 많았다.

폐암의 병기가 확인된 3,834명의 병기별 환자비율은 폐암 4기 환자가 50%인 1,916명, 3기는 21.4% 822명, 2기는 9.2%인 352명, 1기는 19.3%인 740명, 0기는 0.1%인 4명으로 폐암이 이미 진행되어 수술로 치료가 어렵거나 혹은 이미 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말기로 진행된 상대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폐암 3~4기 환자 비율이 71.4%였다.

◇의료진 간 탄탄한 팀워크로 환자별 맞춤 치료 제공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가 폐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최첨단 진단기법을 이용한 정확한 병기판정, 수술 후 회복시간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흉강경 수술의 확대, 최신 방사선 치료 적용, 다양한 폐암 신약제 치료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2005년부터 쌓아온 다학제 폐암 협진시스템의 도입이다.

폐암은 진단 후 5년 내에 85%가 사망하지만, 증상이 감기, 만성기관지염 등과 같은 질환과 유사해 조기에 알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폐암은 조기진단과 함께 폐암진단 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폐암은 아직 치료 방법 선별이 명확지 않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질환이다. 병기가 전체 4단계로 나뉘며 3단계까지는 다시 A·B 형태로 세분화돼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각각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개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를 통해 폐암을 초기 발견하고 협력 치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어느 한 개 과가 아닌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적 협진시스템이 필요한 질환이다.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는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소속 20여명의 전문의와 전문간호사가 탄탄한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폐암 의심 환자가 센터를 찾으면 첫날부터 흉부 X선 · 흉부 CT 등 영상의학과 검사를 시작으로 호흡기내과의 기관지내시경검사를 받는다. 기관지내시경검사는 약 7㎜ 굵기의 내시경을 기관지로 넣어 직접 관찰한 뒤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1∼2㎜가량 떼어내 검사하는 방법이다. 기관지내시경으로 조직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CT 유도하 폐조직 생검을 하는데 이들은 폐암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검사다.

이후 병기 판정을 위한 뼈 스캔, 뇌 MRI, 전신 PET-CT 등의 검사를 하며, 이 결과를 토대로 분야별 의료진이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각 임상과 노하우와 경험, 학술정보를 총 망라한 ‘환자별 맞춤 치료’ 방법을 찾아, 늦어도 5일이면 폐암 여부와 향후 치료 계획까지 세운다.

예를 들어 폐암 2기로 진단을 받고 수술을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50대 김 모씨의 경우, 치료 전 협진회의를 통해 원발병소외 근처에 위성 결절(satellite nodule)을 새로이 확인하고, 전이여부가 명확치 않았던 림프절에 대한 기관지내시경초음파(EBUS) 검사를 결정하였다. 조직생검을 통해 기관지 주변 림프절(N2 림프절)에 암이 전이 된것을 확인한 후, 여러 임상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폐암 2기가 아닌 3기로 병기를 최종 진단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항암치료를 먼저 하여 폐암 병기를 3기에서 2기로 낮춘 후 흉부외과에서 완치에 가까운 수술 근치적인 수술(R0 resection)을 실시하도록 치료계획을 세우고 실시했다.

환자는 단시간 정확한 논스톱 검사와 진단 후 폐암 완치를 위한 최적의 복합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갖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러 진료과를 배회하듯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이처럼 진단부터 치료, 수술, 수술 후 관리 등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를 찾은 모든 환자의 일련의 치료과정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2회 진행되는 협진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강진형 폐암센터장은 “흔히 침묵의 장기는 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간 못지않게 침묵하는 장기가 바로 폐로, 폐암은 그 상태가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환자가 별 불편함을 못느끼고, 다른 장기에 가려있는 폐의 특성 때문에 건강검진 때 흔히 시행하는 가슴 X선사진으로는 진단도 어려우며, 또 목이 쉬거나 기침이 나거나 하는 자각 증상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폐암을 조기발견 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협진을 통한 관련된 여러 전문의 의견 교환이 꼭 필요하며, 또한 조기발견하지 못하고 2기나 3기까지 진행된 환자는 수술은 물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 암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방법을 적용해야 하므로, 환자중심의 협진시스템으로 신속하고 빠른 진료계획을 세우는것이 필수이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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