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다음은 오 시장의 이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서울시장으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그동안 저와 함께 동거동락하며 수고해주신
서울시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5년 전, 초선 시장으로 부임할 때
저는 행정에 있어서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서울에 대한 ‘꿈’을 반드시 이뤄보겠다는
의지와 열정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창의 시정’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시민의 행복’과 ‘도시의 미래’ 가치를 구현해내겠다는
꿈이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시민의 입장에서,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며
창의적인 행정을 펼치는 것이 다소 생경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것을 충분히 소화하고 체화해나갔습니다.
큰 틀에서의 방향과 비전만 제시했을 뿐인데도
여러분은 그것을 실제 시정과 접목해
늘 깜짝 놀랄만한 크고 작은 성과로 만들어나갔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우선적으로 보듬고 챙겨드리는
‘서울형그물망복지’를 비롯해
주거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프트’,
육아의 새로운 희망이 된 ‘서울형어린이집’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 도시공원화사업 등을 통해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녹지 공간을
100만 평 이상 늘려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여러분의 노력 덕분입니다.
제주도 수준의 공기와 깨끗하고 안전하며 맛좋은 수돗물,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120다산콜을 비롯한 민원시스템을 만든 것도
모두 여러분의 직접 해낸 일들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이렇게 서울시민의 행복 지수를 높여가면서
‘미래의 가치’도 함께 추구해나갔습니다.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매력의 옷을 입고
서울은 ‘세계디자인수도’에 이어
‘유네스코 디자인창의도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8대신성장동력산업’과 ‘4대도시형제조업’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서 서울의 미래 성장 동력을
힘차게 가동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스스로 행정에 구현해나가기 위해 노력한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제 살을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청렴도 1위를 두 번이나 이뤄내고,
도시경쟁력, 금융경쟁력, 관광경쟁력 등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트리플강세’를 만든 것은
기적과도 같은 성과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가슴 벅차게 자랑스럽고 또 행복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21세기 도시와 국가는
‘아름다움’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시행정으로 폄하하는 한
서울은 초일류도시, 품격있는 세계도시로
성장해나갈 수 없습니다.
삶의 휴식공간을 늘려가고 다듬는 일을
토목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는 한
서울 시민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습니다.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두 달 뒤, 설사 시장이 바뀐다 하여도
이러한 소중한 가치는 꼭 이어나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모든 시정에 ‘바탕’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꼭 지켜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여러분과 제가 그동안
구축하고 추진해온 복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 비전은
반드시 지켜나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분은
‘과잉복지’와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싸움을 지켜보셨습니다.
5년 전 제가 시장이 됐을 때만해도
이런 문제로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으로서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실행하며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체화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시민의 혈세인 세금은 반드시
행정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가장 필요한 곳에
피같이 써야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서울시 살림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복지의 방향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구나 고민하고
논의해볼 수 있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 있어서
저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주민투표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통해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과잉복지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하고
바른 복지를 고민하는 데 일조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무쪼록 충분한 논의와 숙성 과정을 통해
서울시의 복지 체계가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굳건히 뿌리내리길 기대합니다.
그동안의 5년은 제 정치인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24시간이 알토란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서울을 보면서,
또 이것에 만족해하시는 시민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루려던 글로벌 톱5의 꿈, 바로 그것입니다.
그 꿈이 이뤄지는 것을 목전에 두고
이렇게 도중하차하는 것이
정말 가장 가슴 아프고 평생에 남을 후회가 될만큼
사무칩니다.
저는 비록 오늘 물러나지만
서울의 그 꿈, 여러분들이 반드시
이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수많은 성과를 두고도 품성이 여의치 못해
수시로 치하하고 고맙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십시오.
저는 지난 5년 세월의 동지이자, 친구,
스승이 돼준 여러분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 8. 26
서울특별시장 오 세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