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터보테크(032420)의 신규사업 발표 현장에서 만난 터보테크 장흥순 전 회장은 새로 시작하는 매연저감장치 사업이 본인의 재기작으로 비치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듯했다. 인터뷰도 한사코 거절했다. 자기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리던 장흥순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터보테크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석방 후 그동안 조용히 터보테크의 생존과정을 지켜보고 지원해왔다. 여전히 장 전 회장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결과였다.
그러나 터보테크의 매연저감장치 사업은 장 전 회장이 분식회계 사태 이후 약 2년만에 공식모임에 모습을 드러내는 첫 사업. 또 장 전 회장 스스로 지분을 참여한 만큼 '재기작'으로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는 '재기가 아니라 터보테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여러번 손을 내저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만큼 스스로 '재기'를 거론할 만큼 분식사태의 앙금을 충분히 털지 못했다는 조심스러움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표정과 혈색은 건강하고 다부진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말소리는 그래서 사뭇 더 조용조용했다.
"매년 수조원을 정부예산으로 국책연구원 등을 통해 R&D 사업에 쏟아부어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은 연구개발에 사업 마인드를 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벤처기업인들은 사업 아이템에 목말라있구요. 제가 오랫동안 이 분야에 있으면서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봤습니다."
장흥순 전 회장과 터보테크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구조부터 봐도 단순하지 않다. 원천기술은 산자부 산하의 국책연구원에서 개발한 것이고 이 기술을 상품화하는 업체는 또 따로 있다. 터보테크는 또 별도로 제조와 사업 전반의 지휘를 맡는다. 사업의 대표법인은 엔비스타네트웍스라는 신설법인이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가 된 이면에도 터보테크와 장흥순 전 회장의 조심스러움이 녹아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업을 주도하고 진행하는 입장이지만 과거의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코디네이터'라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 됐다.
장흥순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여러 협력업체들을 연결하고 매연저감장치의 정부 인증과정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을 해결하는 일을 뒤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장 전 회장은 이 부분 역시 '개인의 재기가 아니라 터보테크를 돕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 주변 사람들과 주주들에게 백의종군해서 터보테크의 생존을 돕겠다고 했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며 "새로 시작하는 사업도 기존 제품들이 매연저감효과가 떨어지는 것들이어서 우리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정부 예산도 절약하고 매연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