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시장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둔 관망세가 겹치며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2.3% 오르며 반도체주 반등을 이끌었지만 애플(-0.6%)과 마이크로소프트(-1.9%) 등 대형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소프트웨어 업종도 동반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월가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는 AI 투자 확대 자체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 투자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둔화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토머스 마틴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문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라며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보다 앞으로 1~3년간 AI 투자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시장의 관심은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에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알파벳은 이날 장 마감 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 1198억달러, 주당순이익(EPS) 9.11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AI 사업의 핵심인 구글 클라우드가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AI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24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AI 서비스 도입이 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AI 서비스 ‘제미나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9억500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9억2000만명을 웃돌았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네이트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는 AI 오버뷰와 AI 모드에 이어 구글의 세 번째 ‘10억명 이용자 AI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부문의 AI 수요가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적은 AI 투자 경쟁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알파벳이 가장 먼저 투자 효과를 숫자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 부담도 적지 않았다. 알파벳의 자본지출(CapEx)은 44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은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등 인프라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40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34%로 확대됐다. 순이익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에 대한 투자 평가이익이 반영되면서 1120억달러를 기록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는 놀라운 분기였다”며 “구글의 차별화된 풀스택 AI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반면 테슬라는 사상 최대 차량 판매에도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내놨다.
2분기 매출은 28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고 차량 인도량은 48만126대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3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51센트를 크게 밑돌았고 조정 순이익은 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판매 확대를 이끌었지만 수익성을 희생했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이후 할인 판매와 금융 프로모션을 확대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했고 영업비용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4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1.4%로 급락했으며 탄소배출 규제 크레딧 판매 감소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AI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재무 부담을 키웠다. 테슬라는 2분기 10억9000만달러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하며 2024년 초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현금 유출을 나타냈다. 자본지출은 5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2% 급증했다.
테슬라는 AI 학습용 슈퍼컴퓨터 ‘코텍스2(Cortex 2)’, 반도체 연구시설 ‘테라팹(Terafab)’,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 구축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로보택시 사업은 아직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완전자율주행(FSD) 구독자는 약 15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6% 증가하며 소프트웨어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프랭클린템플턴의 AI·디지털자산 책임자인 맥스 고크먼은 “테슬라는 AI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테슬라의 미래가 AI 도입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투자 규모는 오히려 적어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AI 투자 검증 국면…유가·금리도 변수
월가에서는 AI 투자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규모보다 투자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울리케 호프만-부르하르디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성장 스토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최근 반도체 랠리의 모멘텀이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은 AI 관련 자본지출의 지속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하드웨어, 대형 기술주뿐 아니라 AI 가치사슬 전반과 AI 외 분야에 대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동 긴장 고조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하며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86달러를 웃돌며 약 3%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선박을 공격할 경우 테헤란 인근 기반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란은 역내 미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맞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은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며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전략가는 “중동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심화할수록 그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도 키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30%로 반영했다. 이는 일주일 전 약 10%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주요 빅테크의 실적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매일 아침, 월가의 흐름을 한눈에. [월스트리트in] 구독좋아요는 선택 아닌 필수!](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230020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