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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창비·영문판 ‘마터 2-10’)로 영국 부커상 국제(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황석영(81)은 특유의 유머와 호탕함으로 상에 대한 기대감을 가감 없이 밝혔다.
황 작가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자꾸 옆에서 얘기하니까. 가슴이 두근두근 이상해. 예전이랑 다른 거야. 이번엔 진짜 받으려나? 누가 그러더라고. 욕망을 왜 자꾸 저어하냐고. 이번엔 받아야겠다, 마음을 바꿨다”며 웃음을 보였다.
1989년 방북 후 귀국하지 못하다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받은 그는 1998년 사면 석방됐다. 그 뒤 20년간 작품 활동을 하며 10여 차례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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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철도원 삼대’는 근대 산업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대한 복기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꿰뚫는다.
군산에 마지막 터를 잡았다는 그는 “익산에서 한참 글 쓸 때 미륵사의 어느 보살이 ‘(내가) 21세기에 걸작을 세 편을 쓴다’고 하더라. 영국에 다녀오면 새 작품을 쓰려 한다”고 말했다.
“군산에서 만난 잘생긴 600년 된 나무에 얽힌 이야기다. 제목은 ‘할매’다. 영어로 번역하면 ‘그랜드마더’. 이걸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 그 다음은 배우 문성근이 준 노트에 담긴 그의 오촌 당숙 이야기를 홍범도와 엮어 유머러스하게 풀어낼 거다. 마지막 작업은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그의 35년 행각에 대해 쓸 생각이다.”
그는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훗날) 황석영이는 근대 극복과 수용을 자기의 일감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언저리에서 일하다가 죽은 작가다, 이렇게 규정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동아시아는 포스트모던 사회에 진입해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은 근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고 한국은 분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가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역시 황석영다웠다. 마무리 인사도 이런 말맛이라니. “작품 쓰고 하면 5년 정도 될거야. 여기 있는 기자분들 만년에 만났으니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죽는 모습도 지켜봐 달라. 하하.”
부커상 최종 수상작은 내달 21일 런던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수상 작가와 번역가에게 모두 5만 파운드(약 8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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