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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보증하는 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상품인 ‘햇살론’을 알선해주겠다며 총 2301회에 걸쳐 245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피해자들 1513명으로부터 대출금액의 10~50%를 수수료로 받아 총 29억7000만원을 뜯어갔다.
총책인 A씨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직접 대출을 신청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대출을 더 쉽게 받기 위해 차용증을 먼저 받은 후 일당의 회사 자금으로 피해자들의 기존 채무를 갚아 신용점수를 올린 후 더 많은 금액을 받는 식으로 ‘햇살론 재대출’을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저신용으로 대출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는 ‘개인정보’를 갈취했다. A씨 일당은 대출이 불가능한 356명으로부터는 “서류와 명의를 제공하면 (휴대전화) 회선당 25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신분증, 공인인증서 등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 이 탓에 이들이 챙긴 대가는 7억8000만원에 달한다.
A씨 일당이 넘긴 개인정보로 인해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 1568개의 ‘대포폰’을 개통했다. 관악경찰서는 이 번호들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돼 62명으로부터 총 19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당은 수사기관을 따돌리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거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도록 교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도 본명이 아닌 자신들이 지정한 이름으로 대포 계좌에 무통장 입금을 받으면서 범행 사실을 숨기기까지 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첩보를 입수 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의 사무실과 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증거 자료를 확보했고, A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로 대포폰을 개설한 사실까지 밝혀냈다.
경찰은 ‘햇살론’ 대출에 대한 올바른 신청 조건과 절차 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햇살론 대출은 소득 기준 등 최소 조건만 신청하면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대출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에 대출 조건 관련 다양한 홍보와 더불어 본인 확인 책임 강화 등 제도 개선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함부로 개인정보를 건네면 대포폰 개통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을 목적으로 타인에게 신분증 등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서류를 전달하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함부로 타인에게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