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지난 11~12일 주최한 제5회 세계전략포럼 참석차 방한한 켄 시걸(사진)은 최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삼성과 애플의 차이점에 대해 운을 뗐다. 애플의 광고기획자가 본 삼성과 애플, 두 기업의 문화의 차이가 고스란히 제품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
“삼성은 하나의 기기에 이토록 많은 사양이 들어갔다가는 게 경이로울 정도로 집약적인 기술을 보여준다면 애플은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니면 모두 단순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기업에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런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보고 판단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제품 속에는 기업 문화가 녹아있어, 소비자들은 제품과 동시에 기업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시겔은 이어 “삼성은 하나의 기기에 많은 기술과 최고의 사양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때로는 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기술이 들어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단순함’은 경영에 진리..왜 많은 기업들은 실천 못하나
잡스에게 단순함은 중요한 경영원칙을 넘어 ‘신앙’에 가까웠다. 시걸은 이러한 잡스의 경영철학을 ‘심플스틱(Simple Stick)’이라고 이름 지었다.
“단순함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당신의 비즈니스를 개선할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
그는 기업의 성공하는 3대 원칙으로 ‘명확한 목표, 강력한 리더, 그리고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 3가지를 꼽았다. 애플이 세계적인 기업 중에서도 특히 저력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함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이를 실천하려는 잡스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있어 이미지는 하나의 ‘은행’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광고기획자로서 ‘브랜드은행’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브랜드은행’은 인기 제품을 출시하거나 유명 광고를 방영하는 것처럼 회사에 좋은 일을 있을 때는 브랜드은행에 예금이 들어온다. 경영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돈이 빠져나간다. 브랜드은행의 잔고가 충분해야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는 기업이 된다.”
브랜드은행의 잔고를 두둑이 쌓는 일에 가장 첩경은 단순함이다. 잡스의 단순함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믿음은 회사를 효율적으로 만들었고, 단순한 제품으로 또 소비자들의 마음을 노크했다.
“모든 기업이 잡스의 스타일을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잡스가 보여준 단숨함, 디자인, 품질에 대한 집착은 한번 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그가 만든 애플의 대표적인 광고 문구로 이제는 애플하면 떠오르는 한 가지 강력한 단서가 됐다. 그는 이 광고 문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역시 단순함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함을 중요시하는 애플의 가치와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애플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버튼 하나의 단순함으로 세상을 바꾼 아이폰의 위력이었다. 이 복잡다단한 가치를 수천 개의 단어가 아닌 단 2개의 단어로 제시한 단순함 덕분에 소비자들은 이 광고를 각인하게 됐다.”
◇ 노동 시간이 긴 나라, 그렇다면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스티브잡스에게는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기업들은 보통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티브잡스는 단순함과 창조성을 위해서라면 시간이 더 들고,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든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창의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의미하지만 이는 훈련과 문화를 토대로 배양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고취하는 리더가 필요하고, 그 문화 속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본 기업과 리더 중 가장 직원들에게 창의성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이를 결과물로 증명한 CEO는 단연 잡스였다. 애플의 원칙은 단 하나였다. ‘사랑에 빠질 만한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
“CEO가 얼마나 혁신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는 제품에 전적으로 묻어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창의성이라는 과제와 목표를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시걸은 우리나라 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리더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럽과 미국에 비해 길게 일하며 창의성보다는 성실과 조직의 규율의 지키는 것이 미덕으로 받아 들여지는 문화 속에 있다. 이 문화를 뛰어넘으려면 보다 창의성에 대해 보다 강력한 신념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삼성 등 우리나라 제품을 보면 기술의 각축장이라고 할 정도로 기술집약적”이라며 “이 역시 우리나라가 노동집약적이고 긴 노동시간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문화의 한 단면이 녹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노동집약적 문화 속에서 창의성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곧 기업의 절대적인 경영 철학임을 심어주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직은 가정보다는 일, 창의성 보다는 조직의 규율과 성실성이 중요시되는 한국 문화 속에서는 창의성을 절대 가치로 생각하는 리더가 혁신적인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근무형태를 만들고, 처음에는 의아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에서도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는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다.”
◆켄 시걸 광고기획자는 누구
켄 시걸은 17년간 잡스와 함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잡스가 가장 신뢰한 애플의 조력자였다. 인텔, 넥스트, 인텔, 델, IBM, BMW 등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기획자로도 유명하지만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어 준 것은 스티브잡스와의 인연이다. 1997년 잡스가 고사 직전의 애플에 복귀했을 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을 기획해 애플의 상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아이폰의 시각적 단서, 즉 하나의 버튼은 그 자체로 아이폰의 전부를 말한다. 이처럼 잡스에게 단순함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고 켄 시걸은 이를 ‘심플 스틱(Simple Stick)’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복잡한 형식과 절차에 매몰된 기업들이 심플스틱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지난 2012년 그와 잡스의 ‘단순함’의 철학을 담은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을 출간했다. 국내에는 지난 4월 번역·소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북미,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광고와 마케팅 강연을 하며 ‘단순함’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 관련기사 ◀
☞재계, 중장년 퇴직자 전직지원 나섰다
☞코스피, 1% 오르며 1990 중반..외국인·기관 동반매수
☞"애플 아이폰6, 내달 중국서 양산 들어가..9월쯤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