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법원이 현대건설 매매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사실상 무산, 현대건설 인수가 현대차그룹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주인찾기 작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자 크게 환호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현대건설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잇따라 목표주가를 올려잡았고, 현대차그룹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며 `나쁠 것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 현대건설, 이제야 빛 보는 펀더멘털
5일 현대건설은 전일대비 5000원(6.67%) 오른 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된 직후인 11월17일 5만6100원까지 떨어지며 날개 없는 추락세를 보였지만 그것이 바닥이었다. 현대그룹의 자금조달 여력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면서 주가는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고,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된 5일 주가는 전일대비 갭상승하며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간의 매각을 둘러싼 부담을 모두 떨쳐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증권가 역시 환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분석 자체를 포기했던 증권가는 이날 현대건설의 주가를 잇따라 높여잡았다. 그간 먹구름에 가렸던 펀더멘털이 이제야 빛을 볼 때라는 것이다.
송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영업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에 지금은 현대건설을 매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펀더멘털은 훌륭하다. 2010년 해외수주 12조원, 국내수주 5.9조원으로 총 18조원 가까이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대비 14.0%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는 20조원 이상의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각 이슈로 주가가 급락해 건설업체 중 가장 저평가됐다는 점도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현대건설은 건설업체 중 가장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10만1000원의 목표주가는 업종 내 최상위권의 성장성 감안 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현대차그룹 "나쁠 것 없다"
관심은 자연스레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간다.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의 MOU가 무산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새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후속절차는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 상정이다. 이는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이날 현대차그룹 주가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당시와 판이하다. 현대차(005380)는 이날 1만1000원(6.18%) 오른 1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차(3.27%), 현대모비스(012330)(2.37%)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오히려 득이 더 많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기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현대건설 적정가치 대비 5.1조원의 인수 대금이 과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수익성이 견조하다고 할 때 투자주식으로서의 현대건설은 지분법 이익의 증가로 귀결되고, 이는 현금성자산의 이익 창출을 상회할 것"이라며 "때문에 현대차 그룹의 주가는 결국 자동차부문의 영업력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해외공장으로부터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투자 회수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현대건설 이슈로 현대차그룹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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