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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정몽구∙최태원..재계 오너들 PR 성적표는

이창균 기자I 2010.09.29 14:41:29

오너 CEO 8인 `파워풀 홍보인`에 선정
"역대 넘버원 홍보인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이건희∙정몽구∙최태원∙구본무 등 재계 핵심 오너들이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엔 `홍보인`이란 별칭(別稱)을 통해서다. 

온∙오프라인 PR 전문매체인 `The PR`은 오는 1일 발행하는 10월호 특집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파워풀 홍보인`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필진으로 참여한 전국 10개 대학 광고홍보학 교수들이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CEO(최고경영자) 중 8인을 선정, 눈길을 끈다.

PR 영역에서 직접적인 홍보 관련자 외에 오너가 오피니언 리더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너의 적극적인 PR 없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 전문가가 꼽은 최고 `홍보인` 오너 8인은 누구?


우선 우리나라 오너 CEO의 대명사인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선정됐다. 올해초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열린 삼성`을 공언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먹을거리 개척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회적 의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정몽구 현대차(005380) 회장이 꼽혔다. 올해 `아시아 최고 자동차 CEO`에도 선정된 바 있는 정 회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 도약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태원 SK(003600)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이라는 호평을 받아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 그룹 포털과 임원 전용 트위터를 개설하는 등 소통에도 적극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구본무 LG(003550) 회장은 `위기 관리의 명수`란 별칭과 함께, 불황에 강한 CEO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됐다. 허창수 GS(078930) 회장은 총 212억원 규모의 개인 주식을 출연하는 등 국내 톱 파이브(Top 5) 주식 기부 기업인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부각됐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소통 경영의 선구자로 꼽히는 박용만 두산(000150)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은 개인 트위터 팔로어만 7만6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대중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팔로어 5만5000여명의 정 부회장은 `슈퍼 소비자 상담자`란 별칭을 얻었다.

이밖에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해외 모터쇼 브리핑 때마다 잇따라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여 파워풀 홍보인으로 꼽혔다.
 
◇ "역대 넘버원은 정주영"..국내 오너들 소통 능력은 `아직 부족`

한편 이번 선정 작업에 참여한 일부 교수진은 기업 오너가 PR의 주체가 된 `좋은 예`를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나쁜 예`도 소개하며 국내 오너들의 이 같은 소통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그동안엔 `오너가 왜 나서냐`는 불만 목소리가 제기될 만큼 오너의 PR 참여는 금기(Taboo)시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오너 이미지가 해당 기업 이미지로 직결되는 시대란 점에서 오너 PR은 기업 홍보의 중요한 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오너들의 PR 능력에 대해 다소 회의적으로 본다는 이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그간 신비주의를 고수했지만, 오늘날의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선 이와 같은 `은둔형 전략`, 즉 나서지 않으면 (대중이) 우러러 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전략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구속∙수감 위기 등 계속된 이미지 실추 속에 오너 본인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삼성에 쌓인 부정적 이미지도 그만큼 희석된다는 것.

그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 홍보인 오너로 박용만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꼽았다. 박 회장은 개인 트위터를 통한 소통 차별화의 시도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점을, 최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극복했다는 점을 각각 이유로 들었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PR 수준을 보면 곧 그 기업의 수준이 나온다"며 P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요타와 신한은행의 최근 위기가 부족한 PR 감각에서 비롯된 실패라고 지적한다. 언론 대응뿐 아니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명성 관리, 위기 관리, 주주 관리 등 총체적 운영에 있어 미숙했다는 평가다.

이어 신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예전에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란 유명한 메시지로 90년대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변화시켰다"면서 "이는 오너 PR의 대표적인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선택한 역대 최고의 홍보인 오너는 누굴까. 신 교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꼽았다. 그는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98년 직접 소를 몰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가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며 "이러한 PR이야말로 현대그룹의 명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이 공유하는 매뉴얼엔 `사장 업무의 90% 이상은 PR이다`란 문구가 들어있다"며 "전사적 사기를 진작시킴으로써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생산력 제고로 잇는다는 측면에서 오너 PR은 필수 중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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