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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단 보류` 한숨돌린 비만약제약사..그러나

천승현 기자I 2010.01.26 14:59:24

식약청, 시부트라민 비만약 판매중단 추후 결정키로
심의위 논의·美 FDA보고서 등 넘어야 할 산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유럽에서 판매가 중단된 `시부트라민 비만약`의 국내 판매중단을 일단 보류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임상연구의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조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이 약을 판매중인 애보트, 한미약품(008930), 종근당(001630) 등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최종 결정되지 않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또 한미약품의 유럽진출은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 식약청, 판매중단 후폭풍 우려 `보류` 결정

식약청은 26일 시부트라민 비만약과 관련 "전문가 회의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판매중지와 같은 최종결론 도출을 잠시 미뤘다.

식약청은 이르면 이번주내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추가 안전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식약청이 "유럽의 조치를 국내에도 반영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만큼 심의위에서 판매중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게 업계 기대다.

이에 앞서 식약청은 유럽에서 판매중단 조치 이후 국내에서도 판매중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판매가 중단된 약물의 판매를 허용할 경우 자칫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미국 FDA가 해당 연구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3월 이후 최종결론을 내리겠다고 결정한 상황에서 국내에서 판매중단은 시기상조라고 판단,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미 시부트라민제제의 허가사항에 심혈관 관련 부작용이 반영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기에 시부트라민의 판매를 중단할 경우 상당수 환자들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 비만치료제 매출 현황(IMS 데이터)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크게 식욕억제제, 지방흡수억제제, 향정신성의약품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중 로슈의 `제니칼`이 대표 약물인 지방흡수억제제는 `배변증가`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내에서는 환자들의 복용 기피 현상이 높은 편이다. 한미약품, 종근당 등이 최근 제니칼의 복제약을 출시한 바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환각과 같은 부작용을 이유로 정부에서도 강력하게 처방 자제를 촉구하는 약물이다. 그나마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제제가 경구용 비만치료제중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약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1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시부트라민제제가 500억원 정도의 매출 규모를 형성하며 각각 294억, 128억원 정도에 불과한 향정신성의약품, 제니칼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부트라민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경우 오히려 안전성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향정신성의약품의 복용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식약청의 `시부트라민 판매금지` 결정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999년 유럽에서 퇴출된 향정신성의약품 펜터민·펜디페트라진제제 등의 국내판매는 허용하면서도 유독 시부트라민제제의 판매만 중단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조치를 따르면서 유독 시부트라민은 유럽의 조치를 적용하게 되면 식약청의 행정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제약사들 안도..후속조치 `촉각`

▲ 시부트라민제제 매출 현황(IMS 데이터)
`시부트라민 비만약의 판매중단 보류` 조치로 애보트,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연 매출 100억원을 상회하는 애보트의 리덕틸, 한미약품의 슬리머를 제외하고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 발굴이 쉽지 않은 제약사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십억원대의 제품일지라도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적잖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 의견 검토 결과 및 이번 연구의 최종결과 보고서에 따라 시부트라민 비만약의 퇴출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이슈로 인해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됨에 따라 해당 약물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하나 이번 이슈로 한미약품은 해외시장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교롭게도 슬리머의 해외시장 공략 대상 중 하나가 이번에 시부트라민 판매가 중단된 유럽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슬리머의 유럽진출이 물거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올해 4분기 유럽에서 슬리머의 시판허가를 받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달께 허가를 받는 호주는 시부트라민과 관련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안전성 이슈로 슬리머의 유럽 시장 진출에 난관이 생긴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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