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경제와 관련해 최대 현안으로 부동산 거품을 비롯한 위기 가능성의 사전 차단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경기부양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부동산 문제를 집중 발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부동산문제와 관련해서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꺾이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책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단 정부의 방침은 공급대책이 우선이지만 대출억제, 투기조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다.
◇ 경기대책.. 상하반기 균형 성장에 무게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전날 5.0%의 성장률이면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4%대 중반 수준으로 예상되는 올해 성장률이 현재의 성장잠재력 수준에서 볼 때 부양이 필요할만큼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부동산가격 폭등과 과도한 환율 하락 등 쏠림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위기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는 경기부양에 나서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참여정부도 경기 활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급격한 경기불황이나 경제위기 직전에 어김없이 정부의 무리한 경기부양책이 동원됐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의 뜻은 확고해 보인다. 92년 경기불황 직전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건설`과 `증시부양책`, 외환위기 이전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100일 계획`, 카드위기 이전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와 `가계대출 방치` 등이 노대통령이 든 예다.
다만 재정의 조기집행 등을 통해 상저하고로 전망되는 올해 경기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지난해 52%였던 조기집행률을 올해는 상반기 56%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상반기 조기집행은 주로 일자리 창출과 건설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 "부동산 경착륙은 없다"..위기 방지에 총력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위기의 사전차단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부동산가격 거품과 그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 및 금융위기, 환율의 과도한 하락으로 인한 외환위기 징후가 나타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
노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동산거품이) 서서히 꺼질 수는 있지만 갑자기 꺼지는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거품이 커지지 않도록 투기행위 등을 강력히 단속해 부동산값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지만, 거품이 갑자기 꺼지는 경착륙으로 인한 금융위기도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환율 하락 기대로 인한 단기 외화차입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고, 외국자본이 대규모 순유출되는 상황에서도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환율에 대한 기대가 바뀌었을 경우 유발될 수 있는 대규모 자본유출과 그로 인한 급격한 환율 상승(원화가치의 경착륙)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노대통령은 전날에도 "환율문제, 부동산 대출로 인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기경보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을 통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런 부담없이 출발할 수 있도록 튼튼한 경제"를 다음 정부에 물려주겠다는 것도 위기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