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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유럽선 인기폭발 '히트펌프'…국내시장엔 아직 생소한 이유는[ESG워치]

김경은 기자I 2024.02.23 15:00:00

제로에너지 건물, 메가 트렌드 ''히트펌프''
보조금 푸는 주요국들...신성장 동력으로
국내 히트펌프 시장은 1조 안팎...낮은 산업 규모
"여전한 가스 우위정책…재생에너지로 인정부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히트펌프(Heat pump)가 건물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일 주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보급 활성화 대책을 통해 기업 육성에 나서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LG전자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히트펌프 사업 개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 입지는 아직 미미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 LG전자 부스에서 차세대 히트펌프 관련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LG전자
◇해외선 조단위 매출…국내 시장 다해야 1조

22일 해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히트펌프 세계 시장 규모는 2024년 687억 1000만 달러(한화 환산 91조 2100억원)로 추정된다. 2029년에는 1096억 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 기간(2024~2029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9.80%다.

LG전자 B2B 사업부가 히트펌프 사업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확장해 성장동력으로 삼는단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히트펌프 난방 전문 채널을 확대하고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 유럽 히프펌프 난방 사업 매출을 조(兆)단위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히트펌프는 제로에너지 건축의 대안 냉난방 기술로 떠오르며 전세계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3%가 난방에서 배출되는데,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한 히트펌프가 가스보일러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화석연료 보일러의 탄소 배출량(0.2㎏CO2eq/㎾h)에 비해 공기열과 지열원은 각각 0.08㎏CO2eq, 0.07㎏CO2eq로 30~40% 가량 낮다. 또 효율이 높아 전기 히터를 히트펌프로 교체하면 연 3000㎾h의 전기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협소해 히트펌프 산업이 국내선 기술 개발 이외에 진척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해외를 중심으로 판로 개척 및 생산시설 확대가 이뤄지면서다.

국내 히트펌프 시장 규모는 연구개발특구진행재단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23년 12억 8410만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내 산업 규모도 미미하다. 시장 조사업체 딜랩(Dealab)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히트펌프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로는 일본의 다이킨공업(12.3%)이 꼽히며 그 뒤를 중국 기업인 미디어그룹(11.3%)와 그리(10.5%)가 차지하고 있다. 상위 15개사 가운데 국내 기업은 없다. 국내 히트펌프 업체로는 LG전자, 삼성전자, 위닉스, 신성엔지니어링, 한온시스템 등이 있다.

◇“가스우위 보급정책 벗어나야”

전 세계적으로 ‘히트펌프’에 대한 보급확대 정책이 강도 높게 도입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권고한 2025년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 신규판매 금지를 받아들였다. 오스트리아는 2023년, 영국은 2025년, 네덜란드는 2026년 가스보일러의 신규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가 가전 시장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일반 소비자가 히트펌프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올해부터 지원금을 받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홈 효율성 리베이트 프로그램(The Home Efficiency Rebates Program) △홈 전기화 및 가전제품 리베이트 프로그램(The Home Electrification and Appliance Rebates Program)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올 2분기부터 이 프로그램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히트펌프가 핵심인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바이든 정부는 88억 달러(약 11조7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도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총 4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7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화 약 800만~9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캐나다에서도 보조금 지급정책에 힘입어 설치가 급증하며 지난해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히트펌프는 수송부문 전동화의 핵심수단인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일반 전자 제품 대비 가격이 비싸단 단점이 있다. 유지비용은 적게 들지만, 초기 설치투자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 극복이 과제다. 보조금 정책을 속속 도입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높은 도시가스 보급률과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 전기·가스요금 정책 등이 낮은 보급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가스와의 보조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이 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히트펌프얼라이언스 공동의장)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는 난방에서의 온실가스 발생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가스그리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주택의 가스공급을 의무화하는 정책은 방향성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가정용 친환경콘덴싱 지원사업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반면 고효율 공기열원 히트펌프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아 예산 배정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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