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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권자 10명중 서너명만이 "아메리칸 드림 여전히 유효"

방성훈 기자I 2023.11.24 15:05:58

WSJ·NORC 설문…''열심히 일해도 성공 어렵다'' 인식↑
아메리칸 드림 유효 답변 36% 그쳐…작년 68%比 절반
인플레 등 경제 악화 영향…젊은층·여성 더 부정적
2명중 1명 "미국 내 생활 50년 전보다 더 나빠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인식이 크게 약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는 미국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밖의 ‘피켓라인’에 동참해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를 향해 연설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아메리칸 드림을 구하라’라는 피겟을 들고 있다.(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지난달 19~24일 미국 내 유권자 116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만이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2년(53%), 2016년(48%) 등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 약 68%가 ‘그렇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젊은 성인과 여성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답변 비중이 높았다. 남성 응답자 가운데 약 46%, 여성 응답자 중엔 28%만이 열심히 일하기 위한 이상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으며, 65세 이상 유권자는 48%, 50세 미만 유권자는 약 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조사에 참여한 유권자들 중 절반은 미국에서의 생활이 50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했다. 좋아졌다는 답변은 30%에 그쳤다. 아울러 경제 및 정치 시스템이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불리하다고 믿는지 묻는 질문엔 절반이 동의했고, 39%가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업률이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2년 연속 근로자 임금 상승률을 웃돈 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8%에 달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을 때에도 많은 노조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한 유권자는 인플레이션이 아메리칸 드림을 앗아갔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존 래셔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과거형이라고 느낀다”며 “인플레이션으로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며, 추가적인 모든 일도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유권자가 있다. 켄터키주 바인그로브에 거주하는 크리스틴 시몬스는 “정부는 항상 특정 집단에 (생활 수준이) 상승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고 본다”며 “유색인종이거나 빈곤층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해 계속 불리한 상황을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달 NBC뉴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9%만이 자녀 세대의 삶이 현 세대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설문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WSJ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서 ‘배경과 관계 없이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옅어졌다”면서 “정치적 스펙트럼에 관계없이 미국인들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경제적·사회적으로 많은 발전 징후가 있지만 더 높은 생활 수준을 향한 사다리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에는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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