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난주 7명 목숨 잃었다…기립성저혈압 '조심'

이지현 기자I 2023.07.31 14:08:50

폭염 장기화 최근 이틀 사망자 ''쑥''
건강한 사람도 수시로 수분 충분 공급
고혈압 심장병 있다면 더 조심해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30대 대형마트노동자가 폭염 중 일하다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경북에서도 불볕더위 속 밭일하던 70~90대 노인들의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른 더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 온열질환이 뭐기에

3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6~2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55명에 달했다.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를 가동한 지난 5월 20일부터 누적 환자가 1015명이라고 했을 때 4명 중 1명 이상 지난 한 주에 발생한 것이다.

온열질환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도 지난 29일에만 6명(추정 포함)이나 된다. 이는 하루에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표=질병관리청 제공


온열질환은 급격한 온도 변화로 혈압이 위아래로 크게 변동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일 일사병(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등이다. 일사병은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이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콜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일사병과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 구토가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체온은 40도가 넘어간다. 손기영 교수는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빠르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찬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경련은 한여름 더위 속에서 오랜 시간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때 근육경련이 동반되는 증상이다. 열경련이 나타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해당 근육을 스트레칭 시켜줘야 한다. 최소 몇 시간 정도는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 갑자기 일어서는 데 ‘어질’ 기립성저협압 조심

폭염엔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등과 만성질환자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 급격한 날씨변화가 몸에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에는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아져 기립성 저혈압을 주의해야 한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하는데, 이때 자세에 변화를 주면 혈압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이 여름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만약 고혈압 환자가 평소 감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 자체가 혈관 확장제 성분이므로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증상을 더 느끼기 쉽다”며 “심한 경우 실신이나 이에 따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질 때에는 장시간의 외부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장병 환자들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 이는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낮의 외출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 외출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아침이 낮보다 선선해서 나가기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침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며 “교감신경은 우리가 자는 동안 작용이 줄었다가, 잠에서 깨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가급적 아침보다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야외활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는 운동도 삼가야 한다.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신체활동할 경우 몸의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 순환량과 발한량이 증가한다. 체중의 4∼5% 정도 탈수가 일어나면 인체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도 현저히 저하된다. 체중의 1.9% 정도 체액이 손실된 상태에서는 지구력이 10% 정도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혈장량이 줄고 체온 조절기능이 떨어져 심각한 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김대희 교수는 “운동능력 저하와 열 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중요하다”며 “땀을 적당히 흘린 경우엔 소실된 전해질의 양도 소량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면 전해질을 별도로 보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면 수분과 더불어 소량의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운동 후 덥다고 급하게 찬물로 샤워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심장병이 악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돼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며 “열을 식히기 위해 급하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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