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나스닥 시장이 큰 폭의 반등을 기록하며 악영향이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무엇보다 FTX 사태 등 가상화폐 시장의 파열음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중요한 근거로는 시장 규모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8500억달러 수준으로 미국 주식시장 규모(43조달러)에 비해서는 미미한 시장 규모란 평가다. 박 연구원은 “FTX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비유하지만 FTX 자산 규모는 약 50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자산 규모 약 6500억 달러 수준에 비해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경우 주택시장 혹은 모기지대출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구조였지만 상대적으로 가상화폐 시장과 금융시스템과의 연결고리는 매우 약한 상황이라고 봤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 리스크가 금융기관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FTX 사태는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사이클로 촉발된 일종의 신용이벤트로 평가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후폭풍이 일부 과열 자산가격 조정과 레버리지 리스크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FTX 사태 원인을 보면 ‘자체 발행 코인’으로 담보 대출을 받아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재무 상태 부실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사이클이 과열 자산가격의 급락과 이와 결부된 레버리지 리스크를 촉발했다고 할 수 있다”며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일종의 신용이벤트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FTX 파장이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은 높지만 신용이벤트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용이벤트가 촉발될 위험은 높아졌다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금융시장 입장에서도 신용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 위축은 주식 및 주택시장에 이어 자산가격 하락이라는 측면에서 소비사이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악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FTX 사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기점으로 미국내 자금경색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FTX 사태로 대변되는 신용이벤트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사이클, 즉 과잉긴축 리스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