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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개혁특위, 靑 정책기획위에 설치…기재부 패싱?

박종오 기자I 2017.11.02 11:07:22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경유세 증세 여부 등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 5년간 조세 개혁 로드맵을 마련할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증세 문제 등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조세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패싱(무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정책기획위에 두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가 있었고, 사실상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등 주요 정책과 관련한 과제 개발, 제안 등을 담당하는 기구로, 지난달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직에 위촉했다.

정책기획위 산하에 설치하는 조세·재정개혁특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 과제를 토론과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하는 기구다. 조세·재정 정책 분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위는 올해 본격 출범해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경유세 세율 인상 등 민감한 증세 안건을 포함한 새 정부 5년간 조세·재정 정책 개혁 밑그림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대기업·대주주·고소득자·자산 소득자 과세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특위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증세 등 구체적인 조세 개혁 로드맵과 추진 일정을 담은 보고서를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다만 정 위원장은 “특위 위원장 선임과 위원회 구성, 운영 방법, 로드맵 보고 일정 등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것은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참여정부도 현 정부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에 설립한 바 있다. 당시 초대 위원장은 곽태원 서강대 교수가 맡았고, 옛 재정경제부 안에 실무를 뒷받침할 사무처 역할의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을 설치했다.

문재인 정부가 조세·재정 개혁을 주도할 특위를 청와대 아래 두기로 하면서 경제 관료와 기재부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보유세는 물론 소득세 면세자 축소 등도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지만, 기재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논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세 논의 등을 전문 관료가 이끌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실제 특위는 기재부보다 위상이 높은 청와대 산하에 두기로 한 것이다.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과 김광림 재경부 차관(첫째),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왼쪽에서 첫째),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둘째)이 지난 2005년 3월 22일 재경부 세제실에서 조세개혁실무기획단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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