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KDB산업은행 등 STX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에 잠정 합의하고 당장 만기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지원 등 본격적인 ‘STX 살리기’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STX의 회사채 만기가 줄지어 도래함에 따라 올해에만 1조원 안팎의 자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대신 STX는 채권단 실사가 끝나는 6월 초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STX 채권단은 6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회의실에서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에 대한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고 STX의 요청대로 자율협약을 통해 STX그룹을 지원하기로 큰 틀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날 회의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STX 자율협약 관련 설명과 함께 오는 14일 만기도래하는 ㈜STX 회사채 2000억원의 긴급지원 방안에 대한 채권은행들간 의견이 오갔다.채권은행들은 자율협약 동의 여부를 늦어도 12일까지 산은에 전달해야 한다.
㈜STX의 채권단은 산은·농협·우리·신한·정금공 등 5곳이며 STX중공업은 산은·농협·우리·수은·신한·정금공·외환·대구·경남 등 9곳, STX엔진은 산은·우리·외환·농협·수은·정금공·대구·하나 등 8곳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당장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운용자금 명목의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각 은행이 간단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지원 여부는 내부 여신심사회의에서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승적 판단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나 국가 기간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STX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자율협약에 동의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큰 대기업이 무너질 때 파장을 생각해서라도 일단 살리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채권 은행별 익스포저의 비율대로 간다면 큰 이견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동의하면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추가 유동성 지원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감자 후 출자전환 여부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실사를 통해 재무상황을 살펴본 뒤 결정하겠단 것으로 구체적인 구조조정 절차는 6월 초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TX는 이미 해외 계열사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등 조선 사업을 빼고 모두 팔겠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지분 축소 등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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