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이명박號 타고 어디로 갈까

김수미 기자I 2007.12.20 16:15:54

금산분리 완화·국내자본 기회 등 변수
매각작업 지연될 수도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됨에 향후 금융권 이슈들의 행방이 어떻게 풀릴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1차 계약 시한을 앞두고 있는 외환은행(004940) 인수 문제에 대해, `가속화`와 `지연` 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 당선자는 지난 9월 "론스타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는 개방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며 규제완화 기조와 부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지만 새 정권이 주요 사안을 다시 처음부터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 출범 후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 가속이 붙을지 오히려 시일이 더 걸릴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어떻게 될까?
 
우선 정권 교체 이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차 주식 인수 기한인 내년 1월 31일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론스타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4일 금융감독당국이 당초 올해 안에 마무리짓겠다던 계획과는 달리 외환은행을 소유한 론스타펀드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연내에 마무리짓기 힘들다고 밝힌 점도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이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와 `외국인 투자유치`를 동시에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 전망을 속단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추진될 경우 차기 정부가 국내 자본에 다시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국내 금융자본의 대형화·조직화를 꾀함으로써 당초 제기됐던 국내자본 역차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자 하는 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해 외국 자본의 국내 시장 진입을 보다 촉진시키는 방향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는 가계약이긴 하지만 이미 4월을 기한으로 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금산분리 완화만으로 매각 작업을 예상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향후 론스타와의 계약이 파기되고 다시 국내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겠다거나 금산분리 정책이 완화와 철폐 사이에서 현실적인 조정 수위가 정해지는 등 보다 구체적인 이슈가 나올 때까지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HSBC, 최선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
 
은행권에서도 차기 정권 출범 이후의 외환은행의 향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에 따른 매각 작업 진행 변화를 예상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본다"며 "금산분리 완화가 추진돼도 계약서상 시한인 내년 1월 및 4월과 시기가 맞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금 같은 곳이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등 논의되고 있는 금융자본은 엄밀히 말해 순수 국내 금융자본으로 볼 수 없지 않느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인수 주체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당선자의 공약인 금산분리 완화가 추진돼도 이미 국민은행이나 하나지주 등 국내 금융사들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가기보다는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넓히자는 논의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며 "인수 주체 변경보다는 국내외 자본이 합작해 분산소유하는 형태가 외환은행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HSBC 측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매각 작업 자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기존에 추진해 온 것과 같이 지속적으로 진행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SBC는 지난 1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신청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번 승인신청은 기존의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매각심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과 변함이 없는 것이어서 당장 매각 작업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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