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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남성 취업자 결과에 따르면 분석·사회·서비스 직무성향은 30대에 가장 높아졌다가 이후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낮아지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고, 반복·신체 직무성향은 특히 50대 이후 급격하게 높아지는 모습이 관찰됐다”며 “고숙련·고임금 일자리일수록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이 두 직무성향이 낮아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옮겨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연령별 직무 구성의 변화가 직무단절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이직을 경험한 20~75세 남성 취업자의 연령대별 직무성향점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50세 미만에서는 분석 직무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지만, 50세 이상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과 직무단절은 더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연령과 근속연수가 함꼐 증가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남성의 근속연수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하락하고 분석 직무성향도 같은 시기 급락한다. 미국의 경우 남성 근로자의 분석 직무성향은 50대 이후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근속연수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년 이후 분석적 직업군에서 이탈하는 근로자들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동향총괄은 “미국 근로자는 중년 이후에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에 남아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중년 이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를 떠나 직무 구성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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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장년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이들의 노동 수요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꼽혔다. 재직 기간에 비례해 자동적으로 임금의 높아지는 제도는 중장년층의 고용 비용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이면서 오히려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 일자리의 질을 낮춘다는 것이다.
김 동향총괄은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에서 임금의 연공성(재직 기간에 따른 임금상승세)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고, 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중장년층의 직무단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 재직 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서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