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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한전 사장은 29일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우리는 이달 인력 양성을 포함한 사우디 원전의 자국화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사우디가 원전을 자국화해주겠다는 한국의 계획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20억달러(약 13조원)을 들여 1.4기가와트(GW)급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6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5곳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고 올 3월께 본협상 대상자를 2~3곳으로 축소 후 12월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우리는 사우디와 그동안 오랜 협업의 경험이 있고 협력업체들이 다른 나라보다 실력을 발휘해 온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10월 사우디 리야드 담맘에서 연 대규모 원전) 로드쇼에도 매우 많은 사우디 기업이 와 우리를 만났다”며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지난 22~23일(현지시간)에도 사우디를 찾아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면담하고 사우디전력공사(SEC)와 전력산업 워크숍을 여는 등 원전 건설 수주 활동에 나섰었다.
사우디와 환경이 비슷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해외 첫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김 사장은 “기후나 규제의 차이에서 UAE 상업 운영이 계획보다 2년 정도 늦어지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여기서 얻은 경험이 (이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사우디 원전 수주활동을 비롯한 해외 사업 강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전은 현재 27개국에서 42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지난 한해 2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해외사업을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잠정 중단된 영국 원전 사업 역시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영국이 원전 사업에 규제자산기반(RAB, Regulated Asset Base)이란 새 제도를 추진 중이고 법제화가 끝날 때까진 얼마만큼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계속 영국과 정부 간 협의는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최근 북해 해상풍력에서 상당히 낮은 가격에 전기를 생산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추세다. 일본 도시바는 이 같은 불확실성에 결국 영국 원전 사업권을 가진 ‘뉴젠’을 지난해 11월 파산 처리했다. 한전은 뉴젠 파산 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정책적 불확실성에 결국 인수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원전 사업 외에 발전·송전·변전·배전 등 전력사업 부문의 해외사업 진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발전·송전·변전·배전 분야에서 핵심 역량이 뛰어나고 해외에서도 이를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가 비록 EPC(설계·조달·시공) 회사는 아니지만 좋은 파트너를 선정하는 역량을 갖춰 수익을 낸다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해외사업본부를 별도 회사의 모양새로 운영하는 게획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인사·예산 운영 자율성을 갖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현재처럼 수익성을 낼 수 있다면 한전 전체 수익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발표를 앞둔 지난해 실적 전망에 대해선 “지난해 비상경영을 해서 분야에 따라 30~50% 경비절감을 했고 자회사도 잘 따라와줬다”며 “그러나 연료 가격이 상승했고 원자력 가동률 저하, 정책비용도 전년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6조원이 발생하는 등 어려운 여건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도 비상경영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와 10개 자회사가 지난해만큼 노력하고 연료 가격이 현 수준에서 안정화한다면 올해 역시 그렇게 나쁜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가 논의 중인 전력요금제 개편과 관련해선 “심야 경부하와 주택용 누진제 개편은 소비자 부담이 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비와 자원배분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좀 과감하게 해봤으면 좋겠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료가 오르면 수익성이 늘어나는) 한전 입장에서만 본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한전의 재정 상태를 전기요금 인상으로 메워달라는 요구는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