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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조선인 위안부’ 학살 영상 첫 공개

김보경 기자I 2018.02.27 11:15:00

서울시 3.1절 99주년 기념 한중일 국제컨퍼런스 개최

2016년 수집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왼쪽)과 2017년 발굴돼 이날 처음 공개된 학살 영상(오른쪽)에 나오는 시체 옷차림이 같아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아시아·태평양전쟁이 패전으로 치닫던 1944년 6월. 미·중 연합군은 중국 송산과 등충에 주둔해있던 일본군을 공격, 9월 7일과 14일 각각 송산과 등충을 함락했다. 당시 이곳에는 일본군에 의해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여 명이 있었다. 이중 연합군에게 포로로 잡혀 생존한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전쟁 막바지 패전이 임박한 일본군에 의해 학살돼 버려졌다.

당시 미·중 연합군이 보고를 위해 작성한 문서는 등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라고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가 3.1절 99주년을 기념해 27일 개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컴퍼런스’에서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를 학살했음을 보여주는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중국 등충에서 조선인 위안부들이 학살된 후 버려진 모습을 담은 19초 분량의 흑백영상이다. 또 당시 미·중 연합군이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을 분명히 인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연합군 보고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은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이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방문해 끈질긴 자료조사와 발굴 작업 끝에 촬영된 지 70여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연구팀은 이 영상자료 1점을 비롯해 사진자료 2점, 당시 미·중 연합군이 작성한 작전일지를 비롯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사실을 뒷받침하는 문서 14점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한 후 버려진 참혹한 모습이 담겨있다. 주변으로는 시신을 매장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 두세 명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의 볼드윈(Baldwin) 병사가 1944년 9월 15일 촬영한 것으로, 영상 속 장소는 중국 운남성 등충성 안 밖의 장소로 추정된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 기사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조선인 위안부를 포함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현장이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이 앞서 2016년 수집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 원본(2장)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돼 역사적 입증자료로서 무게를 더한다.

연구팀은 2017년 발굴한 영상과 2016년 수집한 사진원본이 각도만 다를 뿐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영상과 사진 속 시체의 옷차림, 매장을 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 중국군 병사가 영상 속에도 등장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정부가 위안부 학살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에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나라를 잃고 힘이 없는 조국에서 여성, 소녀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6년 수집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왼쪽)과 2017년 발굴돼 이날 처음 공개된 학살 영상(오른쪽)에서 같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중국 병사가 나온다. 영상에서는 이 병사가 시체의 양말을 벗기는 모습이 나온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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