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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1.8조 자구안 부실 논란

노희준 기자I 2016.05.19 11:23:2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이 부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전체 자구안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주주인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책이 빠져 있는 데다 자구안의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져 채권단에서는 ‘부실한 자구안’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산은은 20일까지 자체 점검을 통해 자구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부실자구안 채권단 불만...‘형평성 훼손, 특혜시비’까지

산업은행 관계자는 19일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과 관련, “세부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많지만, 전체 자구안 규모는 1조7000억~1조8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매각 자산으로는 거제삼성호텔과 사원아파트, 두산엔진 유가증권, 골프회원권 등이 포함됐다. 단계적 도크 폐쇄에 따른 설비축소 방안도 담겼다. 전체 규모는 현대중공업이 하나은행에 제출한 규모로 알려진 2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채권단의 평가는 냉정하다. 일단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비용절감과 자산매각, 생산설비 감축 등 개별 방안으로 얼마를 감축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자구안만으로는 인력을 어떻게 조절하겠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력 감축의 경우 최소한 연도별 감축 규모와 평균 인건비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논란은 삼성계열사의 지원책이 빠졌다는 점이다. 동부그룹 현대상선 등 이전 대기업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이제까지 구조조정의 원칙은 주주에게 책임을 엄격히 묻고 필요하면 대주주의 사재 출연까지 받아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 명분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대주주(삼성전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면 이전의 많은 구조조정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특혜 시비까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채권단은 최근 현대상선 자율협약 신청과정에서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 300억원을 받아냈다. 3월말 현재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7.62%)이며 △삼성생명 3.38% △삼성전기 2.39% △삼성SDI 0.42% △삼성물산 0.13% △제일기획 0.13% 등이다.

◇금융당국 “채권단 평가 우선” 신중...산은 20일까지 반려 여부 결정

금융당국은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체적인 금액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고 나중에 변수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가 중요하다”며 “일단 채권단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세부 자구안의 실행 가능성 등을 함께 따져야 하는데, 현재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전체 규모만으로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은은 일단 조선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점 등을 고려, 20일까지 자체 확인 작업을 거쳐 자구안 반려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자산의 매각 가능성, 적정성 파악에 앞서 세부안의 구체적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차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을 통해 자구계획을 받기로 했다. ‘수주절벽’이 심각해지는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한다는 차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정상기업’이자 부채비율이 240%에 불과해 7300%인 대우조선해양과 상황이 다르다. 삼성중공업이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아닌 자체 자구안만 제출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도 세계 경기 침체와 물동량 감소에 따른 수주절벽을 피하지 못해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4월말 현재 수주잔고가 106척, 301억달러(35조3200억원)이다. 아직 올해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 했다. 추가 수주를 못 하면 현재 수주잔고로 2년6개월밖에 버틸 수 없다는 게 산은 판단이다.

현금성 자산 1조5000억원을 갖고 있어 당장 유동성 위기가 일어날 상황은 아니지만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이 2조9000억원에 달해 채권은행이 일시에 상환을 요구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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