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우리가 먼저 준비했는데 오늘(8일) 발표한다는 소식이 새나간 모양이네요.”(SK텔레콤 관계자)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7일 오후 3시경, LG유플러스는 LTE 음성통화(VoLTE) 서비스를 8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30분도 안돼 SK텔레콤 역시 VoLTE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최초’에 방점을 찍었다.
경쟁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통신사들이 LTE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최초 타이틀이 붙은 신기술과 장비들이 쏟아졌다. 비용과 전력소모를 줄인 소형 중계기와 기지국, 두개의 주파수를 이용해 통신속도를 끌어올리는 멀티캐리어(MC) 등 통신 선진국의 통신사들조차 부러워하는 앞선 기술들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세계최초 경쟁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누가 먼저 ‘세계최초’ 타이틀을 따내느냐에 몰두하는 듯한 모양새다.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다.
8일 양사가 VoLTE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단말기를 구했다고 해도 제대로 써먹기 힘들다. 통신사 간 연동은 연말께나 가능해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만 통화가 가능한 반쪽짜리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이날 VoLTE 1, 2호 가입자를 배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통화품질이 우수한 SK텔레콤의 VoLTE를 써보고 싶어서 가입했다는 이 두 고객이 VoLTE의 뛰어난 통화품질을 느끼고 싶다면 두사람이 서로 통화하는 수밖에 없다. 아직 전용폰을 보유한 다른 가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KT는 아직 VoLTE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당초 예정대로 10월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KT 역시 세계최초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최초 VoLTE 시범서비스, 세계최초 이동중 VoLTE 시연 등 다양한 세계최초 행사를 열었다.
세계최초 타이틀은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통신사들의 자존심 싸움이 낳은 기형적 경쟁의 산물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요 대도시에서조차 LTE망 구축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LTE 개통을 강행했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기억을 벌써 잊은 듯하다.
최초를 부르짖는다고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통신사들이 세계최저 요금의 LTE 서비스, 세계최고의 데이터 속도와 같은 품질과 가격경쟁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