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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美·쿠바 대사 충돌…금수조치 해제 표결 앞두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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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10.20 07: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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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최 쿠바 인권 행사서 양국 외교관 설전
월츠 "쿠바 정권, 유엔 결의안 선전 도구로 악용"
쿠바 "美 제재는 국민 전체에 대한 집단 처벌"
27~28일 유엔총회 표결 앞두고 외교전 격화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과 쿠바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미국이 쿠바의 인권 탄압을 고발하는 행사를 개최하자 쿠바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오는 27~28일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양국의 외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19일(현지시간)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욕외신센터 영상)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19일(현지시간)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욕외신센터 영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엔대표부가 주최한 쿠바 인권 관련 행사가 끝난 뒤 에르네스토 소베론 구스만 주유엔 쿠바대사와 쿠바 외교관들이 행사장을 떠나는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대사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행사에는 쿠바의 반체제 인사와 전직 정치범들이 참석해 쿠바 정부의 인권 탄압 실태를 증언했다.

월츠 대사는 이후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바 외교관들이 최근 석방된 정치범들과 다른 참석자들을 괴롭히고 고함을 지르며 위협하고 촬영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라며 쿠바 측을 비판했다.

그는 “쿠바 정권은 해마다 유엔총회에 와서 연례 결의안을 통해 거짓말을 퍼뜨린다”며 “자국민에 대한 억압과 고통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유엔대표부가 하는 일은 바로 이런 거짓말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 측도 강하게 반발했다. 소베론 구스만 대사는 미국 측 행사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국제적인 불법 행위자처럼 행동하면서 쿠바 국민에게 집단 처벌을 가하고 있다”며 “평화로운 나라의 국민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르네스토 소베론 구스만 주유엔 쿠바 대사가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 쿠바대표부에서 AF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AFP)
에르네스토 소베론 구스만 주유엔 쿠바 대사가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 쿠바대표부에서 AF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AFP)
양국의 충돌은 다음 주 유엔총회 표결을 앞두고 벌어졌다. 유엔총회는 1992년부터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거의 매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해 왔다. 결의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의 대쿠바 제재 반대 여론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실제 금수조치를 해제하려면 미국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은 올해 결의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월츠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쿠바인 용병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 국가들에 결의안 찬성 입장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쿠바인 용병의 보수가 당사자가 아닌 쿠바 정권으로 흘러간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증거가 있는데 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쿠바 정권의 선전 도구인 결의안에 계속 찬성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관련 증거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월츠 대사는 쿠바의 정치범 수감과 의료인 해외 파견 문제도 비판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이미 플라이 프리덤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권단체 프리즈너스 디펜더스의 집계를 인용해 쿠바에 1300명 넘는 정치범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쿠바 정부는 미국의 장기간 경제제재가 자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바는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식량과 의약품 부족, 극심한 인플레이션, 기반시설 붕괴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력망이 전면 마비되면서 수백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군사작전으로 축출한 이후 쿠바에 대한 압박도 강화해 왔다. 쿠바에 대한 석유 공급 차단까지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한층 악화했다.

월츠 대사는 미국이 최근 쿠바에 1억달러(약 1333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도 쿠바 정부가 지원 물자의 배분을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쿠바 국민이 겪는 고통의 책임은 수십 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온 독재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공공 급수시설을 이용해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있다. (사진=AFP)
지난 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공공 급수시설을 이용해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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