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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넘어 허가·판매까지…HLB ‘리픽투’가 연 K바이오 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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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미 기자I 2026.10.01 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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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09월30일 07시0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HLB(02830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처음 넘었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세 차례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먼저 품목허가를 받아내면서다.

HLB 사옥 전경 (사진=HLB)
HLB 사옥 전경 (사진=HLB)


당장 리픽투가 겨냥하는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HLB 입장에서는 첫 글로벌 매출을 만드는 신약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상업화 조직을 실제 가동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유럽과 암종불문(tumor-agnostic) 적응증 확대, 향후 간암 신약 승인까지 이어질 경우 리픽투가 HLB의 글로벌 항암사업을 여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기술수출 중심이던 K바이오 신약개발 모델을 한 단계 확장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첫 FDA 신약…엘레바도 신약개발사서 ‘상업화 회사’로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있는 이전 치료 경험의 절제불가능 국소진행성·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 치료제로 리픽투를 승인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올 4분기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리픽투는 HLB그룹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첫 FDA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엘레바가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로부터 리픽투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뒤 직접 NDA 제출과 FDA 심사를 거쳐 허가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리픽투 승인으로 엘레바의 사업 성격도 바뀌게 된다. 그동안 엘레바는 리보세라닙과 리픽투의 임상·허가를 담당하는 신약 개발사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 미국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상업화 단계로 들어선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과 리픽투의 미국 출시를 염두에 두고 보험 급여와 시장접근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현지 판매체계를 준비해왔다.

리픽투가 먼저 출시되면 이 조직을 실제 처방·급여·유통 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다. 담관암과 간암 모두 위장관계 종양을 다루는 암센터와 종양내과가 주고객이라는 점에서 향후 리보세라닙 병용요법까지 FDA 승인을 받을 경우 영업·마케팅 인프라를 공유할 가능성도 크다.

더 나아가 리픽투는 K바이오의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사에서도 의미 있는 이정표다. 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이 2024년 FDA 허가를 받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가져간 얀센이 미국 NDA 제출과 허가·상업화를 주도했다. 반면 리픽투는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뒤 후기 임상개발부터 NDA 제출, FDA 허가에 이어 미국 판매까지 직접 맡는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항암신약을 직접 FDA 허가 단계까지 끌고 가 미국 상업화에 나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수출 중심이던 K바이오의 신약개발 모델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승인은 국내 바이오 기업도 후기 임상개발을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고 자체 개발부터 허가, 상업화까지 직접 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가속승인 신청했는데 ‘정식승인’…규제 지위도 차별화

이번 허가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승인 형태다. 엘레바는 단일군 임상에서 확인한 종양반응을 토대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NDA를 제출했다. 그러나 FDA는 최종적으로 가속승인이 아닌 정식승인 결정을 내렸다.

엘레바에서 리픽투 NDA 제출을 직접 담당했던 장성훈 전 엘레바 부사장은 이 과정에 선발 FGFR2 치료제들의 확증임상 난항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사이트(Incyte)의 ‘페마자이레’(페미가티닙)와 다이호온콜로지(Taiho Oncology)의 ‘리트고비’(푸티바티닙)는 각각 2020년과 2022년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현재도 가속승인 상태로 임상적 유익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판 후 과제가 남아 있다. QED테라퓨틱스의 ‘트루셀틱’(인피그라티닙)은 확증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자진 철회를 요청했고 2024년 허가가 최종 철회됐다.

허가 근거가 된 임상 1/2상(ReFocus)은 무작위 3상이 아닌 단일군 임상이다. 이전 치료를 받은 FGFR 억제제 미경험 담관암 환자 116명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4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1.8개월이었다.

리픽투는 가속승인 약물에 요구되는 임상적 유익성 확증 의무가 사라지면서 선발주자들과 비교해 규제 측면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페마자이레와 리트고비는 여전히 가속승인 상태로, 임상적 유익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반면 리픽투는 처음부터 정식승인을 받아 이 같은 규제 불확실성을 덜었다.

이번 승인으로 후발주자들의 허가 문턱도 높이면서 진입장벽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 전 부사장은 “리픽투가 정식승인을 받으면서 앞으로 개발될 FGFR2 치료제의 하나의 기준점(reference)이 될 수 있다”며 “후발 약물들이 과거처럼 단일군 임상 결과만으로 허가받기는 어려워지고 리픽투와 비교해 추가적인 임상적 가치를 보여줘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美 담관암 시장은 좁다…승부처는 유럽·암종불문 확대

리픽투가 곧바로 대규모 매출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 매년 새롭게 진단되는 담관암 환자는 약 8000명 수준이다. 이 중 FGFR2 융합·재배열은 주로 간내담관암에서 나타나며 비율은 약 10~15%에 그친다. 리픽투는 여기에 ‘이전 치료 경험’이라는 조건까지 붙기 때문에 실제 투약 대상은 더 좁아진다.

이미 페마자이레와 리트고비가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리픽투는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됐고 ReFocus에서 ORR 46%를 기록해 차별화 가능성을 보였지만 실제 시장에서 경쟁약의 점유율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초기 시장에서는 FGFR2 선택성에 따른 안전성·내약성, 실제 처방 경험, 보험급여와 환자 선별 검사의 접근성이 점유율을 가를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리픽투의 가치를 높이려면 좁은 미국 담관암 시장을 넘은 적응증과 판매 지역 확대가 필수적이다. 엘레바는 이미 지난 15일 유럽의약품청(EMA)에 리픽투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동시에 담관암을 제외한 FGFR2 융합·재배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2상도 진행하고 있다. 암 발생 부위와 관계없이 FGFR2 변이를 기준으로 처방하는 암종불문 적응증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리픽투의 초기 매출 규모만으로 이번 FDA 허가의 가치를 재단하기는 어렵다. HLB로서는 그룹 최초의 FDA 신약 승인이라는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직접판매 체계를 실제 가동할 수 있게 됐고, 유럽과 적응증 확장이라는 추가 성장축도 만들었다. 여기에 세 번째 보완요구서(CRL)를 받은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까지 재신청을 거쳐 FDA 허가에 성공한다면 엘레바는 담관암과 간암 신약을 동시에 판매하는 HLB의 미국 항암제 사업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리픽투 승인은 HLB가 오랫동안 목표로 해온 ‘미국 신약 허가’의 종착점이라기보다 글로벌 신약개발사에서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출발점에 가깝다. 첫 허가를 실제 미국 매출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두 번째 신약 허가와 리픽투의 지역·적응증 확장으로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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