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의 PSM 본사. 사무실 뒤편에 놓인 작업장에선 100여명의 직원들이 노후 가스터빈을 수리하고 있었다. 고온에 노출된 부품의 표면을 다시 코팅하고 끝이 닳은 블레이드를 되살리는 등 낡은 터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이렇게 이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터빈은 한 해 전체 터빈 기준 17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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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M은 지난 1999년 가스터빈 부품업체로 설립돼 현재는 LNG 가스터빈을 정비하고 부품을 수리·공급하는 애프터마켓(After Market) 서비스 사업을 주로 벌이고 있다. PSM은 설립 이후 여러 기업을 거쳐 2021년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한화그룹은 PSM을 인수한 뒤 직원 수를 100여명 늘리고 추가 설비도 구축하는 등 해당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PSM은 새로운 가스터빈을 제작하지는 않으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독일 지멘스 등 제작업체와 관계없이 기존 가스터빈의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특히, 기존 가스터빈 제작업체들이 새로운 터빈을 판매하기 위해 기존 터빈의 수명 연장에 소극적인 점을 공략했다는 게 PSM 측 설명이다.
PSM 관계자는 “최근엔 친환경 발전소가 아니면 투자를 조달하기 쉽지 않아 신규 가스터빈 발전소 건설이 어려운 만큼 미국 내 발전소 사업자들은 기존 터빈의 수명을 연장하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PSM은 기존 가스터빈 제작업체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발전소 사업자들에게 인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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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M은 나아가 신성장 동력으로 기존 가스터빈을 친환경 터빈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 대신 수소를 터빈 연료로 쓰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완성해 수소 경제 구축을 주도하고 무탄소 청정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PSM은 한화파워시스템 홀딩스 아래 함께 있는 한화파워시스템·토마센에너지와 함께 수소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PSM과 한화파워시스템·토마센에너지는 LNG에 수소 연료를 섞어 태우는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수소 혼소 연소기인 플레임시트(FlameSheet)를 앞세워 한국·미국·네덜란드 등에서 노후 LNG 가스터빈을 재생해 수소 혼소 발전을 위한 실증 사업도 벌이고 있다.
앞서 한화파워시스템은 지난 4월 한화임팩트·한국서부발전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80메가와트(MW)급 중대형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 혼소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100% LNG 연료로만 가스터빈을 돌릴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22% 줄었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6ppm 이하로 줄었다.
PSM과 토마센에너지도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수소 혼소를 위한 터빈 개조사업을 벌이고 있다. PSM도 2021년 미국 뉴저지 지역 172MW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 혼소율 40%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토마센에너지는 2018년 네덜란드 남부지역 123MW급 가스터빈 1기와 202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역 123MW급 가스터빈 1기에 각각 수소 혼소율 30%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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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2027년까지 수소 연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전소 발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연내 100% 수소 전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시험할 예정이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는 “100% 수소로 가동할 수 있는 터빈 개조 기술은 세계 발전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러한 기술은 선박 엔진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와 함께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터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일본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수소를 수입하는 나라에선 암모니아를 이용해 수소를 저장·운송하는데, 암모니아 터빈을 활용하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 없이 암모니아 자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암모니아 연소기의 1차 설계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